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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건·축·미(건축·축구·미식)’ 빼어난 바르셀로나

| 가우디가 꽃피운 스페인 도시
 
후문 쪽에서 바라본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1883년 짓기 시작해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사진 카탈루니아 관광청]

후문 쪽에서 바라본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1883년 짓기 시작해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사진 카탈루니아 관광청]


‘아는만큼 보인다. ‘ 누구나 여행을 떠나면 이 말을 곱씹게 됩니다. 여행의 질이 확연하게 달라지니까요. 제아무리 온 세상이 걸작이라고 칭송한들 누군가의 눈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조차 그저 미완성 건축물로만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비롯해 구엘공원과 까사 바트요 등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가 남긴 숱한 볼거리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런던·파리 다음으로 유럽에게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도시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뛰는 축구 명문 FC바르셀로나의 도시입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매년 이맘때 열리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축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도시로 각인되어 있겠죠. 또 누군가에겐 맛좋은 해산물을 싸게 즐길 수 있는 미식의 천국일 겁니다. 이처럼 뭘 아느냐, 관심사가 무엇이냐, 또 무슨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똑같은 장소도 완전히 다른 얼굴로 다가옵니다. 많은 이의 경험을 통해 도시의 속살을 제대로 드러내는 새로운 기획 ‘트립 인사이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그 도시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쓴 아주 사적인 여행기를 공개합니다. 그 첫 회는 바르셀로나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걸어도, 어디에나 맛과 멋
 


티셔츠·버스·광고…곳곳에 메시

축구선수 이승우·FC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제2의 고향이에요. 여기 산 지도 벌써 7년째네요. 여긴 축구 도시에요. 바르셀로나 시민이라면 누구나 FC 바르셀로나의 피가 흐르죠. 2002년 월드컵 4강 한국-스페인전이 매주 치러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기기만 해도 도시가 떠나가려 하고 리그 우승이라도 하게 되면 도시가 폭발할 정도죠. 카탈루냐 광장에서 몇날 며칠이고 축제가 이어집니다. 만약 지면요? 만약 그런 날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면 그냥 호텔 방에 머무르는 게 좋을 거에요. 아주 험악하거든요.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FC 바르셀로나 소속 메시.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FC 바르셀로나 소속 메시.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는 신 같은 존재에요. 도심 거리는 ‘메시의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람들이 입은 티셔츠, 도로의 버스, 광고판…. 어디를 가도 메시가 웃고 있어요. 3년 전 유소년 축구센터 라마시아(La masia)에서 메시를 처음 만났어요.

“나도 여기서 성장했어. 너도 곧 A팀에서 뛰게 될 날이 올 거야. ”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맞은 가장 감격스런 밤이었죠. 다음날 트위터에 올린 사진은 다들 보셨죠? 메시의 조언을 잊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답니다. 같은 남자가 봐서도 그는 참 매력있는 사람이에요.

한 해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인원이 수천만명이라죠. 가우디의 건축물만큼 FC바르셀로나 홈 구장 ‘깜노우’(캄프 누) 역시 많은 여행객의 버킷리스트일 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10만석짜리 어마어마한 축구장이지만 160만명의 바르셀로나 축구 팬을 담기에는 부족하죠.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든 맥주 펍이 축구 관중으로 가득 찹니다. 관중 10만명이 FC 바르셀로나의 ‘칸트 델 바르샤(Cant del Barca)’를 한목소리로 떼창할 때는 찌릿찌릿 온몸에 전율이 느껴져요. ‘나도 하루 빨리 저 함성 속에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생각 뿐이죠.
 
FC 바르셀로나 구장인 캄프 누. 유럽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이다.

FC 바르셀로나 구장인 캄프 누. 유럽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이다.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솔직히 티켓을 끊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리 어렵지 않대요.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면 됩니다. 현지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통해 부탁해도 되고요. 그런 준비 없이 갑자기 오게 됐어도 방법이 있긴 해요. 시내 나이키 매장에 들르세요. FC바르셀로나 홈경기 티켓은 나이키 매장이 공식 판매 창구에요. 경기장 앞에서 암표를 사는 방법도 있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면 권하지 않아요. 비싼 좌석이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가 보면 아닌 경우가 있거든요.

올해 스무살. 내 목표는 메시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 말이에요. 메시로 가득 찬 ‘메시 바르셀로나’에 ‘승우 바르셀로나’를 더하는 꿈을 꿉니다.



 


토마토·올리브오일로 환상의 맛

셰프 이재은·스페인 바스코 유학 중
2015년. 서른을 앞둔 난 10년 만에 두번째 유럽 미식여행을 떠났다. 인생의 새로운 행선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스페인을 시작으로 프랑스·벨기에·독일·네덜란드를 한 달 넘게 여행하고 다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왔을 때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빵 위에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발라먹는 ‘빵 콘 또마떼’.

빵 위에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을 발라먹는 ‘빵 콘 또마떼’.



수많은 맛난 음식을 맛봤지만 여행하는 내내 이상하게 바르셀로나에서 맛 본 ‘빵 콘 또마떼’ 한 조각이 정말 그리웠다. 여름에 농부들이 간식으로 먹던 빵 콘 또마떼는 빵과 토마토 라는 뜻으로, 꼬까(coca)라는 얇은 빵을 오븐에 구운 후 향미를 더해 줄 마늘을 슥슥 비빈 뒤 토마토를 문질러 최상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려 먹는 걸 말한다.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까딸루냐 지역의 어느 레스토랑에 가나 빠지지 않는다. 단순한 레시피이지만 토마토와 빵, 그리고 올리브유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사실 스페인 요리 레시피는 단순하다.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고 자란 질 좋은 올리브, 지중해의 신선한 해산물과 소금 등 스페인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 중 한 곳인 ‘보데가 1900’도 이러한 스페인 음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엘불리’‘티켓츠’로 유명한 스페인 셰프 페란과 알베르트 아드리아 형제가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바르셀로나에 살 때 요리하는 친구가 찾아오면 꼭 데려갔다. 애주가들이 좋아할 만큼 한 쪽 벽엔 다양한 베르뭇(포도주에 향료·브랜디 등을 섞어 만든 술)이 박물관처럼 진열돼 있고, 다른 한 편엔 스페인을 대표하는 하몽과 다양한 종류의 반건조햄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무엇보다 조금씩 맛보면서 안주처럼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타파스(스페인 전통 작은 접시에 나오는 음식)는 최고다. 조그맣게 나오는 작은 접시 하나하나에 맛과 시각적인 아름다움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아 감동적이다. 베르뭇 한 잔에 알맞게 초절임한 생선절임 한 입, 얇은 막 속에 응축된 올리브주스 한 알, 새콤하면서 매콤한 홍합요리. 이곳에 가면 술을 부르는 메뉴가 많아 아마 술 먹고 다시 음식 주문하고 또 다시 술을 주문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거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저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점점 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어느 도시를 가든 처음에는 눈으로, 손으로, 귀로, 그리고 나중에는 코와 입으로 그 도시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요리사인 나에게는 최고의 재료를 섬세하게 잘 요리한 음식 한 입이 주는 감동이 가장 크다. 꼭 보데가 1900이 아니더라도 바르셀로나는 정말 음식이 맛있는 도시다. 누구라도 단순하지만 강렬한 바르셀로나의 맛을 기억할 정도로.



 


가우디 아니어도 온통 예술품

건축가 김지혜·봄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가우디 건축물 카사 바트요(오른쪽). 겨울이라 눈 장식을 했다.

그라시아 거리에 있는 가우디 건축물 카사 바트요(오른쪽). 겨울이라 눈 장식을 했다.


흔히 바르셀로나를 ‘가우디로 먹고 사는 도시’라고 한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이 사람들을 끄는 건 사실이지만 바르셀로나를 가 본 사람이라면 안다. 이 도시의 매력은 가우디 뿐 아니라 햇살·바다·음식 등 그야말로 모든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중세시절부터 이어온 고딕지구 골목.

중세시절부터 이어온 고딕지구 골목.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던 10여 년 전 가끔 지인들이 방문하면 나는 고딕지구로 알려진 구도심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같은 걸출한 가우디 건축물 외에 디아고날 마르 공원(Parque Diagonal mar)을 추천하곤 했다. 바르셀로나 건축가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1955~2000)와 베네데타 타글리아부에(Benedetta Tagliabue,1963~)가 설계해 2002년 9월에 문을 연 곳으로, 구도심의 산타카테리나 시장(Mercado Santa caterina) 리모델링 프로젝트도 이들 작품이다.
 
리아예스와 타글리아부에가 설계한 디아고날 마르 공원. [사진 김지혜]

리아예스와 타글리아부에가 설계한 디아고날 마르 공원. [사진 김지혜]


디아고날 마르 공원은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바르셀로나 건축가의 독창적 조형감각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깨진 세라믹 조각이 붙은 커다란 화분이 구부러진 금속 관에 휘감겨 공중에 매달려 있고, 이어진 금속관은 공원 전체를 돌며 땅과 하늘 그리고 호수 위를 지나며 가느다란 구멍으로 물을 내뿜는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울타리, 콘크리트 벤치,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금속관에서 뿜어 나오는 물줄기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현대미술 작품과도 같은 이러한 조형물은 도시적 맥락에서 함께 볼 때 더 흥미롭다. 미라예스와 타글리아부에는 과감한 조형물이 공원과 바다, 바다와 도시, 그리고 도시 내부를 생동감 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바랬다. 도시의 숨은 선을 건축으로 엮어내 도시와 건축, 건축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게 건축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사 바트요에서 한 블록쯤 걸어가면 또 다른 가우디 건축물 카사 밀라(라 페드레라). [사진 카탈루니아 관광청]

카사 바트요에서 한 블록쯤 걸어가면 또 다른 가우디 건축물 카사 밀라(라 페드레라). [사진 카탈루니아 관광청]


공원과 관련한 사적인 추억이 있다. 석사 과정 당시 설계 수업 강사였던 타글리아부에는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 바르셀로나 구도심을 걷게 했다. 구도심을 지나 산타카테리나 시장, 보른, 프랑카 기차역사, 가스나투랄(Gas natural) 빌딩, 그리고 해변을 따라 걷고 또 걸어 마침내 디아고날 마르 공원까지 갔다. 그는 공원 뿐 아니라 그 사이사이 도시 전체를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바르셀로나 건축가들은 건축은 섬으로 존재하지 않고 건축과 도시는 별개의 것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도시의 아름다움 뒤에는 가우디를 비롯해 숱한 건축가들의 노력이 존재한다.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크게 배워온 것도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는 이런 태도가 아닌가 싶다.


 
●여행정보

현재 바르셀로나 직항은 없지만 4월 28일부터 대한항공이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에 주 3회 취항한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7월2일~10월27일 한시적으로 홍콩~바르셀로나 노선에 취항한다. 바르셀로나는 시내 대중교통이 편하다. 여행객은 메트로·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1일권(8.4유로), 10회 권(9.95유로)을 많이 산다. 1장으로 여러 명이 함께 쓸 수 있는 10회권이 편하다. 대중교통 외에 박물관·상점·레스토랑을 할인해주는 ‘바르셀로나 카드(barcelonacard.org)’는 3일권에 45유로다. MWC의 도시답게 바르셀로나는 유럽 다른 도시보다 훨씬 모바일 친화적이다. 시내버스 등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고, 웬만한 관광명소 입장권은 온라인으로 미리 살 수 있다. 결제 후 종이 티켓으로 바꿀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 담긴 온라인 티켓을 입구에서 보여주면 된다.

안혜리 기자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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