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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 낙하산 잔치, 새 공공기관장 28명 중 15명 ‘접수’

공공기관 개혁은 한국이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 중 하나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한국 공공기관의 총부채 규모는 505조3000억원에 달한다. 계속 방치했다가는 국가 경제에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공공부문 개혁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적지 않다. 낙하산 인사도 그중 하나다. 고위 공직자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 간 공공기관을 상대로 후배 공무원이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낙하산 인사로 온 전직 관료들은 자리 보전을 위해 노조 등과 타협하기 마련이라 공공기관의 비효율을 뿌리뽑는 데 한계가 있고 방만 경영은 계속된다. 지난해 11월 이후의 권력 공백기를 틈 탄 ‘공무원 낙하산 잔치’가 기승을 부리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공공기관 알리오’ 사이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된 지난해 11월 이후 100여 일 동안 취임한 공공기관장 28명 가운데 공무원 출신이 21명, 그 중에서도 경제 부처 출신이 1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관료 전성시대다.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 4명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결합어)’다. 이해평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김흥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등 4명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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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 서석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김영수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은 미래창조과학부(옛 정보통신부 포함) 출신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인사로는 오경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김윤종 농업정책보험금융원장,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있다. 박명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은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비경제부처 인사로는 고용노동부 출신의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과 이재흥 한국고용정보원장, 보건복지부 출신의 최영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 환경부 출신의 이희철 국립생태원장 등이 있다.

영역을 기관장 아래 임원들로 넓혀도 트렌드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 자리를 찾은 55인의 전체 공무원 출신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관료 강세’는 뚜렷하다. 세 명의 전직 의원을 포함한 11명만 예외였을 뿐 전체의 80%인 44명이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공공기관은 크게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의 장은 관련 부처 장관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준정부기관의 장은 관련 부처 장관이 주로 임명한다. 다만 업무의 특성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준정부기관의 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동안은 장관이 해당 기관의 장을 임명하더라도 청와대 등과 협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라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없는 셈이다. 이 틈을 타 각 부처에서 자기 부처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대대적으로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무대행이 임명하는 자리도 대부분 부처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요즘 낙하산 인사들을 보면 청와대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부처가 주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의 공공기관 이직이 항상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관료 시절 쌓은 전문성을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뽑을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공모 등의 틀을 끼워 맞춘다는 점”이라며 “법령 위반은 아니지만 법이 낙하산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교수는 “공공기관 임원을 선발할 때는 민간과 관료의 경쟁을 보장하고 전문성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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