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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제기 뒤에도 127회 통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도피 중이던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통화할 때 쓴 차명 휴대폰이 청와대 경내에 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15일 열린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에 대한 효력정지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 ‘차명폰’의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수사된 내용을 들고 나왔다. 특검팀 측은 “박 대통령과 최씨는 차명폰을 이용해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총 570회 통화했다. 이를 증명할 자료가 청와대 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차명폰 명의자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특검 브리핑에서 법정에서의 주장을 보완 설명했다. 이 특검보는 “최씨가 독일 체류 중이던 지난해 9월 3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총 127회 통화한 기록이 확인됐으며 그 뒤로는 차명폰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검찰은 최씨가 국정 농단 의혹이 제기되던 지난해 9월 3일 독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최씨는 정기예금을 해약해 15억여원의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급히 한국을 떠나 독일에 머물면서 박 대통령과 54일간 127회, 하루 평균 두 번 넘게 전화 통화를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26일은 JTBC가 최씨의 태블릿PC 내용을 보도(10월 24일)한 뒤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10월 25일)를 한 다음 날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쓴 것으로 보이는 차명폰 발신지가 모두 청와대 경내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에 있을 때는 사용되지 않았고 박 대통령의 공용폰과 발신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 등 박 대통령이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는 게 특검팀의 주장이다. 또 최씨의 것으로 보이는 차명폰의 발신지는 최씨 이동 경로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청와대 경내에서 새벽 1시에 최씨에게 전화를 건 기록도 있다. 이 두 차명폰의 통화내역에는 모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 측은 “압수수색 불승인을 행정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불승인의 불법성을 다툴 방법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형사법 체계에서 벌어진 일을 행정법원이 나서 해결하면 공법 체계가 무너진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마땅한 쟁송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법원이 판단할 필요성은 있지만 근거 법률이 없는 경우 다른 조항을 유추할 수 있는 한계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보충 서면을 받아 이르면 16일 결정할 계획이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6일 영장실질심사는 특검팀의 또 다른 관문이다. 지난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3주간 새로운 증거를 찾아온 특검팀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에 적힌 내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회사’ 등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메모들이 이 부회장의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보완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의 순환출자 문제를 처리한 과정과 삼성전자가 최씨 측을 지원한 방식 등도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된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 특검보는 삼성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 ‘삼성 특검’이라는 말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지적도 있지만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이용하거나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하다 보니 삼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것이어서 부적절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1차 구속영장 기각 때와 수사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삼성전자가 최씨 측에 제공한 금품의 대가성도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진술이 없기 때문이다. 1차 영장 심사에서 지적됐던 ‘대가관계 소명’ ‘관련자 조사 미진’ 등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재산국외도피죄와 범죄수익은닉죄를 추가한 것에 대해서는 “뇌물죄가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를 전제로 하는 추가 혐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진우·송승환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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