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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 던져 상대 제압하는 장면 3년 공들였죠”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면을 실사 액션처럼 표현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면을 실사 액션처럼 표현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인터넷 게임의 고수지만, 현실에선 백수인 20대 청춘 권유(지창욱). 영화 ‘조작된 도시’(2월 9일 개봉)는 어느 날 갑자기 희대의 살인범으로 몰린 그가 같은 길드(인터넷 게임 유저들의 모임) 멤버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리얼한 격투 장면 등 강렬한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감시 사회, 청년 실업에 대한 사회 편견 등 현대 한국의 여러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까지 담았다.
현재 누적관객 130만 명을 끌어 모은 이 영화는 한국 전쟁 당시 남북한 병사들 사이에서 꽃핀 휴머니즘을 다룬 코미디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하 ‘동막골’)로 데뷔한 박광현(47·사진) 감독의 신작이다. 12년 만의 복귀. ‘동막골’은 800만 관객을 모았지만 이후 박 감독은 쓴맛을 봤다. 차기작이 여러 차례 엎어졌던 것. ‘조작된 도시’의 최초 시나리오는 공무원을 꿈꾸던 고시생이 살인 누명을 쓰고 피의 복수를 계획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감독은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인 것 같아 선뜻 맡지 못했지만 변화를 꾀하고 싶어 도전했다. 시나리오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모든 설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영화를 “범죄·어드벤처”라고 소개했다. 범죄자로 몰려 추락했다가 명예를 회복하는 여정을 모험처럼 그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1950년대 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동막골’과 요즘 디지털 게임을 소재로 한 ‘조작된 도시’는 소재와 장르 면에서 천양지차다. 물론 닮은 점도 있다. 박 감독은 “‘동막골’에서 전쟁과 대치되는 개념인 휴식과 평화를 다뤘다면, ‘조작된 도시’에서는 범죄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두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도 두 영화는 닮았다. ‘동막골’이 팝콘이 눈처럼 내리는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조작된 도시’에서는 주인공 권유가 쌀을 던져 적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제압하는 ‘쌀알 액션’이 등장한다.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연출했다”고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백수인 주인공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비주류’로 꼽히는 청년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박 감독은 “주류·비주류의 분류는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일 뿐”이라고 했다. 폭력 묘사가 과도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판타지 같은 일도, 끔찍한 일도 일어나지 않나. ‘동막골’에서처럼 내 안의 낭만적 부분과 냉혹할 정도로 현실적인 부분이 동시에 드러난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12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젊은 세대가 사회로부터 홀대받는 상황에 처해 있어 안타까웠다. 영화가 젊은 층이 다시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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