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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인공지능을 50년 전 상상한 바로 그 작가

SF 대작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가 완간됐다. 왼쪽부터 소설을 영화화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탐사선 디스커버리호 내부, 고등 외계인이 달에 남긴 검은 석판, 외계인의 도움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된 최초의 인류 장면. 맨 오른쪽은 작가 아서 클라크. [사진 황금가지]

SF 대작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가 완간됐다. 왼쪽부터 소설을 영화화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탐사선 디스커버리호 내부, 고등 외계인이 달에 남긴 검은 석판, 외계인의 도움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된 최초의 인류 장면. 맨 오른쪽은 작가 아서 클라크. [사진 황금가지]

통신위성, 태블릿PC,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수만㎞ 상공의 우주 구조물과 지상을 직접 연결해 운송 효율을 극대화한 우주 엘리베이터.

이 모두가 영국의 SF 거장 아서 클라크(1917∼2008)의 고안품들이다. ‘저작권’을 두고 일부 논란이 있지만, 미래학자이자 해저탐험가이도 했던 그가 자신의 SF 혹은 논문에서 처음으로 제안했거나 당대 과학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손에 잡힐 듯 구체화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클라크가 대표작인 1968년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미래의 일상용품으로 제시한 ‘뉴스패드’는 2011년 삼성과 애플 간의 지적재산권 소송에 등장하기도 했다.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를 베꼈다는 애플 측 주장에 맞서 삼성이 “아이패드와 흡사한 뉴스패드가 수십 년 전 클라크의 SF 소설에 이미 나온다”고 반대 논리를 편 것. 현실을 40여 년이나 앞섰던 클라크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클라크의 ‘오디세이 시리즈’(황금가지) 전체가 최근 국내 첫 공식 출간됐다. 그의 탄생 100주년, 사망 10년째를 맞아서다. 1권 『2001…』이 같은 제목의 영화(스탠리 큐브릭 감독)로 만들어져 영화사에 빛나는 명작 반열에 오르면서 가장 유명하지만 시리즈는 전체 네 권이다. 클라크는 당대의 우주기술 진보에 발맞춰 1982년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87년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 97년 『3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차례로 썼다. 그 가운데 『3001…』은 2000년대 중반 소수의 국내 SF 매니어들이 자체 번역해 100부 한정판을 찍어 돌려봤던 작품이다. SF 팬 입장에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SF 시장은 여전히 영세한 실정이다. 전업작가는 없다시피 하고 번역이나 다른 소설을 쓰면서 SF도 쓰는 작가가 5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체 독자 수도 ‘1만 명+α’ 정도다(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 결국 시리즈 완간의 의미는 시장보다는 작품 자체의 가치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왜 지금 ‘스페이스 오디세이’인가.
첫 완간된 SF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네 권.

첫 완간된 SF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네 권.

SF 작가 김보영씨는 “미국의 아폴로 우주인들이 우주여행 전에 읽은 책이 바로 클라크의 소설들”이라고 소개했다. 나중에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지만 실제 우주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대로 그려져 있어서다. 『 2001…』은 클라크가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과 협업하며 1964년부터 쓰기 시작해 인간의 달착륙 한 해 전인 68년, 영화 개봉보다 몇 달 늦게 출간했다. 김씨는 “그런데도 소설은 눈으로 본 것처럼 우주를 묘사했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이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상준 대표는 “오디세이 시리즈는 하드 SF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하드 SF는 액션·어드벤처로 승부하는 ‘스타워즈’류의 ‘스페이스 오페라’와 비교해 소설 속 과학기술의 세밀함과 정치함으로 승부한다. 쉽게 말해 과학기술 지식에 익숙해야 즐기기 쉬운 성격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클라크는 중학생 정도의 과학 상식만 있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을 쉽게 썼다”고 했다.

이런 SF의 미덕은 결국 인간의 기술 진보에 기여한다. 김보영씨는 “SF의 목적이 미래 예측은 아니지만 특유의 상상력이 독자들에게 영감으로 작용해 결국 SF를 바탕으로 한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통신위성·태블릿PC처럼 말이다.

거의 50년 전에 인간과 과학기술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시도했다는 점도 놀랍다. 『2001…』의 토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AI(인공지능) ‘HAL 9000’은 임무 완수에 집착한 나머지 결국 인간에 반항해 나중에 『3001…』에서 되살아나긴 하지만 탑승자 한 명을 대우주의 미아로 떠내려 보낸다. 알파고가 인류 최고의 바둑기사를 제압하는 21세기 현실을 예견한 셈이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씨는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의 발달 단계에 대한 하나의 명상이라고 봐도 좋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시리즈를 출간한 황금가지 출판사의 김준혁 편집장은 “보통 SF보다 많은 각각 3000부씩을 찍었다”고 밝혔다. “최근 왕년의 SF 팬들이 다시 SF로 돌아오는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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