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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거대한 킹콩이 옵니다, 교만한 인간들 응징하러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은 “좋아하는 한국에서 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진솔(STUDIO 706)]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은 “좋아하는 한국에서 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진솔(STUDIO 706)]

“수없이 리메이크된 ‘킹콩’ 영화를 새롭게 만든 비결요? 봉준호·김지운·박찬욱 감독에게 배웠죠.”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3월 9일 개봉, 이하 ‘콩’) 홍보차 내한한 조던 복트-로버츠(32) 감독은 15일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았다. 2014년 데뷔작 ‘킹 오브 썸머’로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에 초청받았던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이다.

‘콩’은 그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영화다. 할리우드 괴수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1933년 작 ‘킹콩’의 맥을 잇지만, 비슷비슷한 스토리에 그쳤던 기존 리메이크 버전들과 차별화했다. 예컨대 고대 정글에서 뉴욕에 잡혀간 킹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매달려 포효하거나,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트레이드 마크’ 장면들을 과감히 덜어냈다. 대신, 베트남전 종전 직후인 70년대 중반을 배경삼아, 인간의 오만함에 경종을 울리는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원작을 재해석했다.

영화 초반부, 미지의 섬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폭탄을 투하하던 탐사대 군인들은 키가 30m나 되는 킹콩에게 무참하게 응징당한다. “마구잡이식 살상은 베트남전 때 미국이 했던 짓이에요. 인간은 스스로 신(神)인 것처럼 교만하게 굴지만, 지구상엔 그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감독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지옥의 묵시록’ 같은 묵직한 주제를 지닌” 영화에 숨통을 틔워주는 건 ‘구니스’ ‘인디아나 존스’ 등 고전 모험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웅장한 액션과 유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닮은 아름다운 풍광이다.

복트-로버츠 감독은 이 대목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참고했다”고 했다.

“한국영화는 사회 현실을 서구적인 장르와 혼합해 미국 감독들도 흉내 못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내가 본 최고의 영화도 ‘아가씨’ ‘곡성’ ‘밀정’ 등 한국영화들이었죠.”

“면도하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전력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그는 공식일정을 마친 뒤 박찬욱 감독과 식사하기로 했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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