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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썰매 뒤집히던 두 친구 … 시속 150㎞ ‘누워서 떡 먹기’

한국 루지 2인승 간판 박진용(왼쪽)과 조정명 은 “평창 올림픽 때 큰 일을 내겠다”고 말했다. [평창=김현동 기자]

한국 루지 2인승 간판 박진용(왼쪽)과 조정명 은 “평창 올림픽 때 큰 일을 내겠다”고 말했다. [평창=김현동 기자]

평창 올림픽까지는 이제 358일 남았다. 17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평창에선 국내 최초로 썰매 종목의 국제대회가 열린다. 썰매에 누워타는 종목, 루지 월드컵이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썰매 경기장은 물론 전용 훈련장조차 없었다. 코너가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훈련을 해야했던 한국 썰매로선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원통형 썰매에서 경기하는 ‘봅슬레이’와 납작한 썰매에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누워타는 루지 종목에선 상대적으로 뒤쳐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독일 출신 아일린 프리쉐(25)의 특별 귀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했지만 세계 1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성장한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에 비하면 주목받을 일이 없었다.
대한민국 루지 대표팀은 24세 동갑내기 박진용과 조정명이 이끈다. 남자 더블(2인승)에 나서는 이들에겐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의 성장이 자극제다.

박지용은 “스켈레톤의 성장은 열심히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 아니냐”면서 “우리도 꼭 평창에서 큰 일을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정명은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선수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목을 받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 팀들과 비교 대상이 되긴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한국 루지가 더 커지면 우리도 늘 ‘최초’ ‘최고’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경쟁 종목의 성장이 우리에겐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 처음 한 팀을 이룬 박진용과 조정명은 국제대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으면서 한국 루지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두 선수는 한 팀을 이룬지 불과 한 달 뒤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팀 릴레이의 일원으로 출전해 한국 루지로는 처음으로 톱10 진입(8위)에 성공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선 19개 팀 중 18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한계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27개 팀 중 15위에 올랐다. 특히 세계선수권에서 만 23세 이하(U-23) 선수들만 따로 기록을 뽑아 가리는 순위에선 2년 연속 동메달을 땄다. 모두 한국 루지 첫 기록이자 최고 성적이다.

루지 더블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길이 1m20㎝, 폭 55㎝의 비좁은 썰매에 두 명이 함께 누워 최고 시속 150㎞가 넘는 속도를 감당해내면서 얼음 트랙을 내려가야 한다. 박진용이 앞에서 조종한다면 조정명은 뒤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수천번씩 루지를 타면서 셀 수 없이 많이 넘어졌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조정명은 “평소엔 활기찬 진용이는 트랙에만 서면 진지해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진용은 “기록이 좋지 않을 땐 정명이를 탓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 달리고, 넘어지면서 정명이가 단순한 친구 이상의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조정명은 고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뛰었다. 박진용은 바이애슬론 선수 출신이다. 박진용은 “썰매는 물론 신발·장갑·옷조차 구할 수 없었다. 처음엔 헬멧만 쓰고, 일반 운동화를 신고 썰매를 탔다. 더구나 그 때는 썰매를 타는 게 너무 무서웠다”면서 “훈련 시설조차 없어서 무작정 달리고 팔굽혀펴기만 했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훈련을 거듭하며 외국 선수들을 따라잡았다. 박진용은 “다른 나라에선 15년 정도 걸릴 걸 우린 4~5년 만에 해냈다. 약점인 스타트만 보완하면 톱10 진입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조정명은 “새로 지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1년 동안 얼음이 닳도록 열심히 썰매를 타겠다. 한국 루지가 메달을 따지말란 법도 없다”고 밝혔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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