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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야리키리’ 문화에 젖은 현대차 노조

김기환 산업부 기자

김기환
산업부 기자

특정 시점에 맞춰 매년 쓰는 기사를 기자들은 ‘캘린더 기사’라 부른다. 그런 기사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기사다. 지난해엔 ‘하투(夏鬪)’가 가을까지 이어졌다. 당시 기사를 되짚어봤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전면파업을 실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19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생산 차질 규모 10만1400대, 피해 규모가 2조23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본지 2016년 9월 27일자 6면>

숫자만 바꾸면 내년, 내후년에 써먹어도 될 정도로 매년 판박이처럼 파업이 일어난다. 이런 연례행사에 “왜?”라고 심각한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가 보지 않은 길』이란 책을 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강성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차 노조를 심층 연구해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이를 위해 송 교수는 지난 1년간 울산을 숱하게 찾았고 해외 공장도 방문했다. 그 와중에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5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책 곳곳에 담긴 얘기가 신랄하게 다가왔다.

“IMF(외환위기) 이후 현대차 노조는 전투적으로 바뀌었다. ‘일은 적게’ ‘돈은 많이’ ‘고용은 길게’란 세 가지 목표가 전부였다…. (중략)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8000명이다. 직원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이다. 이게 적절한 기여분일까…. (중략) 현대차는 동호회만 60여 개에 이른다. 내부에서만 소통한다. 자칫 외부 활동을 했다간 ‘왕따’ 당하기 일쑤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노조에 널리 퍼져 있다는 ‘야리키리’ 문화다. ‘끝까지 해치우다’란 뜻의 일본어 ‘야리키루(やりきる)’에서 유래한 은어로 8시간 노동 분량을 5시간 만에 끝내고 퇴근하는 것을 말한다. 송 교수는 이를 두고 “현대차 노조원은 ‘절반만 일하고, 절반은 누워 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처한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22만 대로 전년보다 7.2% 감소했다. 6년 만에 최저치다. 반면 해외 생산은 465만 대로 5.5% 늘어 국내 생산을 추월했다. 강성 노조 때문에 국내 생산의 매력이 시들해진 탓이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5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노조에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달 현대차가 비노조원인 과장~부장급 간부사원에게 비상경영에 따른 임금 동결을 통보한 데 대해 노조는 “임금 동결은 올해 임금 협상을 앞둔 노림수다. 조합원 임금 동결은 있을 수 없다”며 선명한 투쟁을 예고했다. 올해 여름에도 씁쓸히 비슷한 파업 기사를 쓰고 있을 것 같다.

김기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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