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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보료 개편 3단계에서 한 단계로 줄이자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는 월 5만원 정도다. 수백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고위층은 2만원 정도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자마자 건보료가 올라 당황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보수에만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성별, 연령, 소득, 재산, 자동차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월 300만원의 연금을 받는 사람이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건강보험료가 면제되지만 그런 자녀가 없는 사람은 같은 아파트와 연금이 있어도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연금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이 각각 4000만원인 사람이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직장가입자에게만 피부양자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20여 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평가소득 폐지 ▶지역가입 저소득층의 보험료 인하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보험료 납부 ▶직장인의 근로소득 외 다른 소득 보험료 부과 확대 ▶지역가입자의 재산 공제 등이 반영돼 있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대부분의 문제점에 손을 댔고 개선안도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평가소득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이다. 연 종합소득이 500만원 미만인 세대에 대해 성·연령, 재산, 자동차를 부과 기준으로 삼는다. 소득과 무관한 성·연령이 기준으로 포함됐고 자녀연령이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더 내야 했다. 소득보다 자동차 보험료가 더 많기도 하는 등 불합리한 요소가 많았다. 평가소득이 폐지되면 송파 세 모녀의 보험료가 월 4만8000원에서 월 1만3000원으로 크게 인하된다. 전체 지역가입 세대의 77%인 583만 세대의 부담이 내려간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무려 2050만 명에 달하는데 보험료 면제 기준이 너무 느슨해 무임승차가 양산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금융소득, 연금소득, 임대소득이 각각 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데, 이를 강화해 합산소득 기준 연간 3400만원을 초과하면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했다. 보수 외 소득 기준도 연간 3400만원으로 낮추었다. 이렇게 조정해도 직장가입자의 99%는 보험료 변동이 없고 0.8%만 오른다.

보험료 개편 논의 때마다 직장인의 ‘유리알 지갑’ 주장이 등장해 왔다. 1989년 건강보험 도입 당시에는 맞는 표현이지만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고, 국세청의 징세기술이 발달해 지금은 다르다. 보험료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표본 추출해 소득과 재산을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직장가입자의 경제력이 더 낫게 나온다. 또 직장인에게는 피부양자 혜택이 있다.

지역가입자는 전체 가입자 중 27%인데, 건강보험공단이 이들의 절반만 소득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보험설계사·농어민·학습지 교사, 소득이 없는 무직자 등이다.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이미 직장가입자로 편입돼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제 수준이 낮은 것은 이들의 주거 형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월세, 생계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아쉬운 점은 3단계 시행일정이 너무 길어 국민이 앞으로도 6년 이상 불공평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3년마다 단계적으로 개편해 6년 후에나 정부안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3단계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단계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사람이 생기는데, 이들의 반발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1~3단계 안을 한 단계로 줄여야 한다. 일괄 개편을 명시한 법안을 먼저 가결해놓고, 일정 수준 이상 인상되면 몇 년에 걸쳐 분할 적용하면 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보험료는 저소득층은 소득의 14%, 고소득층은 3~4%를 부담한다. 재산 보험료 역시 저가 재산이 고가 재산보다 더 높다. 이처럼 부담능력에 비해 역진적인데 정부의 1단계 개편안은 역진성을 조금 손보는 정도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역가입자의 소득보험료는 직장과 동일한 정률제를 곧바로 적용하고, 재산보험료도 그 비중을 낮추되 정률에 가깝게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금은 상한이 없는데 건강보험료에는 있다. 상한을 폐지해도 보험료율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부담이 공평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옳다. 피부양자 소득과 보수 외 소득에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 금액이 연간 3400만원으로 돼 있는데 이도 너무 높다. 이보다 훨씬 낮은 근로소득에도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 4000만원 이상 자동차에 건보료를 남겨 놓았는데, 이도 폐지하는 것이 옳다. 차는 보험료 부담능력과 관련성이 낮다.

그동안 국고에서 건보재정 지원금을 법대로 지킨 적이 없는데 이번엔 명시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지출 관리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도 못내 아쉽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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