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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비뇨기과 50년

박정호 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얼마 전 반가운 잡지가 도착했다. 평소 즐겨 읽는 ‘전립선’ 2017년 겨울호다. 권성원(77·차의과대 교수)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이 16년째 북 치고 장구 치며 만들어온 무료 계간지다. 어르신들 아랫동네를 책임져온 자칭 ‘하수도과 청소부’ 권 회장의 익살 넘치는 글을 읽는 맛이 쏠쏠하다. 2001년부터 연평균 두세 차례 방방곡곡을 돌며 의료봉사를 펼쳐온 그의 발걸음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권 회장은 이번에 그의 의술 반세기를 돌아봤다. 1966년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레지던트로 ‘칼잡이 인생’에 입문한 그다. 여느 분야가 그렇듯 비뇨기과 에도 숱한 사연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가 읽힌다. 일례로 6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의사는 단연 비뇨기과 의사였다. 염라대왕에 비유되기도 했다.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 ‘부끄러운’ 병에 걸린 젊은이들은 의사들 앞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병원 신문광고에 ‘뒷문 있음’이 붙던 때였다.

70년대 비뇨기과 의사들에겐 국가적 업무가 부여됐다. 가족계획정책이다. ‘아들, 딸 가리지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산아제한의 선봉을 맡았다. 정관수술을 받은 남성에겐 밀가루 한 포대 또는 일당이 지급됐다. 아파트 분양권을 준 적도 있다고 한다. 권 회장은 “40~50년 지기 중 제 앞에서 팬티를 안 내린 친구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술자리의 좋은 안주로 꺼내 든다”고 했다.

그런데 비극이 시작됐다. 공짜는 없었다. 90년대까지 한국은 가족계획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였지만 이후 출산율은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통계청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 추정치는 1.16명. 인구절벽을 말하는 게 새삼스럽지만 국가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 권 원장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예전 가족계획 시절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애기 낳기 운동’을 벌여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비뇨기과는 막힌 곳을 뚫는 곳이다. 권 회장은 “효도의 시작은 부모님 아랫도리를 챙기는 것”이라고 했다. 전립선 질병은 치매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점 관리하는 21세기의 2대 질환이다. 권 회장이 따로 편지를 부쳐왔다. “요즘 어르신들은 오줌병보다 화병으로 잠을 못 이룬답니다. 입맛이 소태랍니다.” 꽉 막힌 정국 탓이다. 어디 어르신뿐이랴. 젊은이들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그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권할 처지가 아니다. 최악의 출산율이라는 시대병을 치료할 묘약은 없을까. 청년이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게 국가 리셋의 출발점이다. 40~50대도 ‘후기 청년’으로 부르는 요즘 아닌가.

박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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