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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기괴한 체제의 기이한 비극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북한 김정남의 죽음은 충격이다. 북한 체제는 기괴하다. 기괴함은 기이한 비극을 낳았다. 그것은 조선시대 왕자의 난을 떠올린다. 궁중의 권력 암투는 유혈을 동반했다. 힘없는 황태자의 피살은 이복동생 김정은의 지시일 것이다. 그 독살은 최고 지도자의 결심으로 가능하다.

북한의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하지만 공화국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북한의 인권은 최악이다. 인민은 억압 통치의 대상일 뿐이다. 공산주의는 세습을 거부한다. 옛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선 권력의 가족 승계가 없었다. 김정남의 시각은 그것과 같았다. “세습은 희대의 웃음거리다. 3대 세습은 봉건왕조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로 사회주의에 맞지 않는다.”(『아버지 김정일과 나』 저자, 도쿄신문 고미 요지) 그런 인식은 김정은을 격발시켰을 것이다.

북한은 왕조다. 북한은 조선시대의 어두움을 모방했다. 왕조의 체제 관리는 반역의 응징이다. 연좌(緣坐)와 고변(告變·반역의 밀고), 오가작통(五家作統·상호감시)이 작동한다. 권력 도전과 반역에 대한 체제의 보복은 집요했다. 역모(逆謀)에 얽히면 부모와 형제, 자식이 묶인다. 연좌의 섬뜩함은 씨를 말리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그 방식은 악성 진화됐다.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 공포정치의 개막을 알렸다. 수많은 사람이 연좌죄에 걸렸다.

평양은 숭배의 도시다.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널려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 쿠바와 대조적이다. 피델 카스트로는 49년간 집권했다. 하지만 수도 아바나에 가면 색다른 충격을 받는다. 그곳에는 카스트로 동상이 없다. 지난해 11월 말 그는 숨졌다. 카스트로의 유언은 “나를 숭배하지 말 것”이다. 북한과 쿠바는 사회주의 혈맹이다. 하지만 지도력의 표출 방식은 너무 다르다. 김정은 권력은 편집증적 과시를 하고 있다.

북한의 특성은 불확실성이다. 돌출과 기습은 북한 생존의 비결이다. 예측 파괴는 절묘한 협상력을 제공한다. 6·25 남침부터 기습이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전격성은 효과를 극대화한다. 북한은 그 기량을 키워왔다. 김정남 피살은 돌출이다. 체제 위협의 요소를 기습 방식으로 제거한 것이다. 그동안 김정남 주변에 망명정부 수립 관련설, 한국으로 망명설이 떠돌았다.
김정은 체제는 교묘하다. 미치광이처럼 움직인다. 그것은 속임수 전략일 수 있다. 그런 시각이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다. “예측 불가능과 호전성으로 무장하고 적들에겐 미치광이로 비치게 함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전략이다.”(뉴욕타임스 2016년 9월 10일자) 김정은 정권은 미친 척할 뿐 ‘아주 이성적(too rational)’이라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의 위력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번 ‘북극성 2형’은 신형 미사일이다. 미치광이 전략 속에서 강화된 측면이 있다.

젊은 지도자의 정치적 자산은 미약하다. 북한 정권 수립자인 김일성의 경력엔 독립운동이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 후광은 제한적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호랑이에 올라타 있다. 달리지 않으면 떨어진다. 떨어지면 먹힌다. 핵무기 개발은 체제 과시의 수단이다. 중단하면 정권은 추락한다. 광기(狂氣)의 숙청은 권력 운용 수법이다. 공개 처단과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체제 속에 긴장감을 주입한다. 지난달 국가안전보위상 김원홍 숙청은 토사구팽이다.

그런 방식은 기묘한 역설을 낳는다. 김정은의 위기는 권부(權府)에서 터질 것이다. 역설은 저항과 역습이다. 북한판 10·26의 가능성이 있다. 10·26 시해의 그림자 속에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개발이 있었다. 그것은 한·미 간 갈등을 일으켰다. 김정은의 핵무기 야욕은 제어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언어는 단호하다. “북한 핵무기를 매우 강력히(very strongly) 다루겠다.” 김정남은 원래 친중파다. 독살은 시진핑의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암살의 성공은 역설을 키울 것이다.

한반도 상황은 거칠다. 1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와 일본 총리 아베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밤 10시35분(미국 시간)이다. 회견 모습은 긴박감을 준다. 북한 핵·미사일, 김정남 피살은 우리 문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느긋하다. 강 건너 불구경이다. 대선주자들은 관전자에 머물러 있다. 그들 관심권에 북한 핵문제는 뒤처져 있다. 사드 배치는 긴급 사안이다. 선두주자 문재인의 입장은 모호하다. 대선주자들은 어젠다(국가과제)의 우선순위를 재구성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은 불길하다. 안보의 주인의식은 필수적이다. 그게 없으면 한국은 미·중에 무시당한다. 한반도 운명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을 것이다. 그때 트럼프와 시진핑의 시야에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강대국의 담합으로 한반도 운명이 결판날 수 있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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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