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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염병하네’는 독이 든 사이다 발언

얼마 전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특검에 출두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그는 특검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억울하다”고 외쳤다. 이때 청소부 아주머니가 “염병하네” 하면서 그의 말을 받아쳤다. 청소부 아주머니의 이 일침은 국민들에게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염병(染病)’은 전염병과 같은 말이기도 하고, 전염병 가운데서도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전염병엔 콜레라·천연두 등도 있지만 장티푸스가 가장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염병이 특히 장티푸스를 가리키게 됐다고 한다.

조선 숙종실록 59권 숙종 43년(1717년) 4월 24일 기록에는 충청도 홍산(鴻山) 등 스물여섯 고을에서 염병을 앓는 자가 3400여 명이고 죽은 자가 1422명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예방과 치료제가 없었으므로 걸리면 사망에 이르기 십상인 무서운 질병이었다.

장티푸스, 즉 염병이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가 어려웠던 병인 만큼 “염병하네”란 욕설 또한 독한 표현을 할 때 쓰이게 됐다. “염병을 떤다”는 말이 쓰이기도 하는데 엉뚱하거나 나쁜 짓을 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염병하네”와 비슷한 욕으로 “지랄하네”도 있다. ‘지랄’은 간질병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지랄 염병하고 있네”라고 한다면 더욱 심한 욕이 된다.

“염병하네”로 일침을 가한 청소부 아주머니처럼 이러한 독한 표현이 때로는 사이다 발언으로 속을 후련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사람을 무서운 질병에 비유하는 것이므로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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