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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고백 … “세계 1등 구호에 취해 방만”

현대중공업이 사내 소식지를 통해 ‘세계 1등’이라는 구호에 취해있던 과거의 방만한 운영을 고백했다. 4월 분사를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노조를 겨냥해 자사의 ‘아픈 과거’를 공개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창사 이래 최대치인 3조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이듬해에도 1조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3년만에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내면서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조선업이 더 이상 비(非) 조선을 지켜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사업 분리는 미래를 위한 필수 선택이자 다 같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15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조선·해양·엔진(존속법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등 4개의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태양광발전사업(현대그린에너지)부문과 선박사후관리부분(글로벌서비스)는 각각 존속법인 현대중공업과 신설법인 중 하나인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소식지에서 분사의 핵심 이유는 “조선사업과 하나로 묶여 있어 생긴 비효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1등도 아니면서 현대중공업 울타리 안에서 세계 1등처럼 지낸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사업은 경쟁력 확보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남들이 혁신을 외치고 스마트 팩토리를 추구할 때 우리는 세계 1등이라는 구호만 외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비효율의 구체적 사례도 여럿 나열했다. 가령 정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전기전자부문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정부 사업 수주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지난해 건설장비 업계가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었지만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는 대규모 성과금을 받았다. 이밖에 조선소는 특성상 혹서기 2주간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이 효율적인데 이와 무관한 사업부문도의 공장 가동을 멈추고 2주간 함께 휴무에 돌입했다. 소식지는 그룹 계열사 중 ‘알짜배기’인 현대오일뱅크를 현대로보틱스 밑에 두는 이유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차입금 7조3000억원 중 2조원(약 27%)을 현대로보틱스로 넘길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현대중공업에 현금 2조원이 들어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해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현재로는 현실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3세를 위한 경영권 승계용 분사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분사에 주주 지분 이동이 포함되지 않아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 분사 계획 발표 이후 노조는 이에 맹렬히 반대해왔다. 노조는 15일 오후 분사 중단을 요구하며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22~24일에도 부분파업을 주총이 열리는 27일엔 전일 파업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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