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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회계법인 두 곳서 비상장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5조 평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기업가치를 뻥튀기한 탓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 가치도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제일모직의 가치 평가가 커질수록 유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4년 동안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하다 갑자기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얻는다.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 가치가 5조27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회계상 2조원 대의 평가이익이 생긴 것이다.
평소 돈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큰 돈이 생기면 어디서 훔친 건 아닌지 의심하듯 적자기업의 갑작스런 수익 인식은 분식회계 논란을 낳았다. 과연 이런 의혹이 얼마나 타당한지 ‘팩트체크’해 봤다.

심 의원과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이후 4년째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데 5조원대 가치를 매긴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손잡고 29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증권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없는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얼마짜리 기업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회계법인이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 지를 평가해 시장 가치를 매긴다. 안진회계법인은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등 생산제품이 한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는 근거로 이 회사의 시장 가치가 5조원대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국제회계기준서 1036호에는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 지를 예측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5년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0년 뒤 성장성까지 내다보고 기업 가치를 평가했다.

제약·바이오 회사는 의약품을 개발할 때 10년이 넘는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설립된지 4년밖에 안된 데다 연구개발 투자로 적자가 나고 있는 신설 회사에는 미래 재무상황 예측을 5년으로 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1년 뒤 한영회계법인도 똑같은 평가를 했다. 20년의 기간이 너무 길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당기순이익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데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처리하게 된 것도 한몫한다. 심 의원과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기업가치를 뻥튀기하려는 명백한 편법이라고 주장한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치가 5조원대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함께 지분을 투자한 미국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진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고 있다. 권리를 행사할 때는 3500억원만 내면 된다. 이 돈이면 5조원대 회사의 지분을 절반까지 가질 수 있다. 바이오젠 입장에선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시장가치가 5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몰랐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의 지배력을 판단할 때는 아직 권리 행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행사했을 때의 실익이 더 크다면 이를 행사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0%가량을 가졌지만 바이오젠이 지분의 절반을 가져갈 상황을 고려한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회사의 가치를 다시 회계장부에 적어야 했다. 그 가치는 회계법인이 평가한 5조원대의 시장가치가 있기 때문에 2900억원짜리 종속회사로 인식했던 회사가 3조원대 관계회사로 변하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분식을 했는지 지난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조사를 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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