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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눈덩이 손실 도시바, 반도체 경영권도 넘긴다

원전 부문 투자 손실을 책임지고 15일 물러난 시가시게노리(志賀重範) 전 도시바 회장. [중앙포토]

원전 부문 투자 손실을 책임지고 15일 물러난 시가시게노리(志賀重範) 전 도시바 회장. [중앙포토]

일본 재계 17위 도시바가 궁지에 몰렸다. 미국 원전 투자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채무초과(자본잠식)’의 위기에 놓였다. 대출 연장을 못 하거나 채무 변제에 실패하면 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도시바의 주가는 14~15일 이틀간 16% 넘게 떨어졌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 부문의 매각 지분 확대를 검토하는 등 타개책 마련에 들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채무초과를 피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 지분 매각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도시바는 1차적으로 반도체 부문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츠나가와 사토시(綱川 智) 도시바 사장은 14일 지분 매각으로 출자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를 유연하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로서는 절반의 지분을 팔더라도 쪼개서 매각하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쳐주는 인수희망자가 있다면 지분을 통째로 넘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 지분 20%를 넘긴다고 했을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지분 매각가를 2조5000억~3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투자사 베인캐피탈 등이 뛰어들었다. 도시바는 지난해에도 메디칼시스템스의 지분 일부만을 매각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바꿔 캐논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바 있다.

다만 도시바가 반도체를 포기하고 경영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나온다. 라쿠텐증권의 수석전략가 구보타 마사유키는 “문제가 되는 사업부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를 계속 매각하면 도시바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시바는 의료·콘텐트·영상재생기기·휴대전화 등 진출한 사업마다 실패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긴자·우메다 등지의 빌딩도 2007~2008년 매각했다.
도시바는 자금을 확충하기 위해 이날 오전에 80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원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 투자로 7125억 엔(약 7조1109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3월 말까지 협조융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대형은행으로부터 2800억~2900억 엔, 지방은행으로부터 700억 엔을 빌려 총 3500억 엔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바의 요청에 현재 미츠이스미토모·미즈호·미츠이스미토모신탁 등 3개 대형은행이 자금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도시바 위기의 진원지는 2006년 인수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다. 원전의 수요 부족과 과당 경쟁, 과도한 인수 비용 등으로 7000억 엔대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말 처음 공개됐다. 당시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두산중공업과 제너럴일렉트릭(GE)·미쓰비시중공업 등 15개 회사가 쟁탈전을 벌이는 등 인수 경쟁이 치열했다. 도시바는 6200억 엔의 압도적 금액을 제시해 인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히타치와 GE·미쓰비시중공업·아레바가 연합군을 형성해 경쟁이 심해졌다. 턴키 방식으로 접근한 한국·중국·러시아 기업들도 정부의 건설융자 등의 지원에 힘입어 도시바를 압박했다. 금융회사들의 지원을 약속받은 도시바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플래시메모리는 일본의 성장전략에 매우 중요한 분야이며, 원전 사업 역시 필요하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지원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도시바는 주주의 신뢰를 잃으며 큰 상처를 입었다. 도시바는 14일로 예정됐던 2016년 4분기 실적 발표를 3월 중순으로 미뤘다. 일부 경영진이 부실을 감추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부터 밝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업 분사와 계열사 매각, 금융기관 지원 등 외부 수혈을 통해 자본잠식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도시바가 만약 자본잠식 상태를 1년 안에 만회하지 못하면 도쿄증시 1부에서 2부로 떨어진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시바로서는 웨스팅하우스를 매각하고 싶겠지만 인수할 회사가 있을지 대다수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한다”며 “중국에서 수행 중인 4건의 원전 프로젝트도 예정보다 지연돼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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