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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넘버 2'지만 내일은 '넘버 1' 될거야

류정한의 '지킬 앤 하이드', 문혜영의 '아이다' 그리고 진수현의 '울라'(프로듀서스).

어찌 이상한가. 낯선가. 그러나 이들도 분명 주인공이다. 조승우만큼 변화무쌍하며, 옥주현만큼 가창력이 뛰어나고, 최정원만큼 섹시하다. 그런데 대중은 참 매정하다. 잘 알지 못한다고, 들어본 이름이 아니라고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대형 뮤지컬의 더블 캐스팅(double casting.한 배역을 두 명이 번갈아 출연하는 것)은 곧잘 한 사람에게만 조명을 비춘다. 그러나 공연계에선 "대중적 인지도만 떨어질 뿐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이들에 대한 공통된 평가다. 지금은 비록 2인자에 머물러 있지만, 숨겨진 주역들은 비상을 꿈꾸며 오늘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최민우 기자


'아이다' 문혜영 - "귀가 아니라 가슴 울릴 것"

'아이다'에서 여주인공 아이다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과시한 문혜영(32). 인터뷰 시작부터 진지했다. "혹시 제 공연 보셨나요?" "예. 작년 9월에…" "그럼 꼭 다시 한번 보러 오세요. 그땐 제가 목에 혹이 나서 울면서 무대에 올랐어요. 공연 막 시작할 때라 아무에게도 말 못했지만, 그런 공연 보여드린 게 너무 죄송해요." 그냥 인사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냥 '노래 잘한다'란 소리 들으면 속상해요.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반응은 얻어야 진짜 뮤지컬 배우 아니겠어요?" 욕심도 철철 넘친다.

그녀는 성악과를 나왔다. 졸업후 MBC 합창단에 들어갔다. "처음엔 취미 삼아 입단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성악이 전부가 아니구나. 오히려 대중음악이 더 가슴을 울릴 수 있구나'란 걸 깨달았죠." 98년 '광개토대왕' 오디션에 합격하며 뮤지컬계에 뛰어들었다.

옥주현에 대해서도 그녀는 솔직했다. "주현씨 잘하죠. 그래도 속상해요. 후배들에게 '뮤지컬로 시작하지 말고 탤런트하다 와라'고 농담처럼 건네요." 그래도 의욕은 여전했다. "뮤지컬에선 노래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감정덩어리'를 전달해야 해요. 그래야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을테니깐요."


'프로듀서스' 진수현 - 10시간 노래·춤 구슬땀

'프로듀서스'에서 글래머한 스웨덴 여성 '울라'로 등장한 진수현(35). 뮤지컬 매니어들도 썩 익숙한 배우는 아니지만 벌써 데뷔 10년째란다. 96년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란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예쁘장한 외모와 통통 튀는 스타일이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98년 가수로 전업했다. 모던 록 밴드 '락왕극단'에서 리드 보컬을 맡은 것. '세리가 필요해'란 타이틀곡은 LPGA 박세리의 인기가 절정에 있었던 때라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 이후 그녀는 3년간 '백조'(여자실업자)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무대에 서고 싶은데 어디에서도 연락이 안 오니까 미치겠죠. 그래도 뭘 믿고 그랬는지 하루에 10시간씩 재즈댄스.발레.성악 레슨을 죽어라 받았어요. 그렇게 기다린 덕에 지금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해요."

그녀는 2년 전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카니'역할을 맡으며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울라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곤 밤새 울 정도"로 기뻤다고. 선배 최정원씨와 비교하면? "어디 감히 제가 비교가 되겠어요. 너무 노련하시죠. 다만 전 조금 어리니깐 풋풋하지 않겠어요."


'지킬 앤 하이드' 류정한 - 드라마 제의도 거절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지킬 앤 하이드' 첫 공연의 주역은 조승우가 아닌 류정한(35)이었다. 오디 뮤지컬 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리허설이 적어 첫 공연은 사실 '맨땅에 헤딩'과 비슷하다. 다들 꺼리는데 정한씨가 '그래도 승우보다 형인 제가 앞장서겠다'라며 선선히 맡아주었다"라고 말했다.

비록 일반 사람들에겐 낯설지만 류정한은 전문가들로부터 "뮤지컬계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남자 배우"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199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디션에 응모해 덜컥 주인공 토니로 발탁됐다. 당시만 해도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하는 사람이 적어 일간지 문화면 톱을 장식했단다. 첫 출발은 화려했지만 이후 그는 '별 볼일 없는' 4년을 보내야 했다. 재기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영국 심사위원들로부터 "평등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귀족적 풍모"란 평가를 받아 라울로 뽑혔다. '지킬 앤 하이드'와 '돈키호테'를 거치며 "연기력에 대한 의구심도 싹 씻었다"는 평이다. "지금도 드라마 찍자는 제의 들어와요. 뮤지컬만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은 인기가 적어도 훗날 예술가로 보상받고 싶어요"라는 게 그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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