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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B급 포켓몬도 ‘진화’를 한다

홍상지 사회2부 기자

홍상지
사회2부 기자

한 달 전쯤인가, 스마트폰에 앱을 하나 깔았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서 잡은 포켓몬스터의 등급을 알려주는 앱이다.

어느덧 레벨 22에 접어든 포켓몬고 ‘헤비 유저’로서 잠깐 설명하자면 포켓몬고 속 포켓몬스터들에게는 저마다 타고나는 등급이 있다. 예를 들어 포켓몬스터의 마스코트 ‘피카츄’도 S급 피카츄가 있고 D급 피카츄가 있다. 이 등급은 다른 포켓몬스터와 겨룰 때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주요 요소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말 희귀한 몬스터가 아니고서는 S급·A급 몬스터를 선호한다. B급 이하의 몬스터는? 게임 속 인물 ‘오 박사’에게 보내 ‘캔디’로 바꾼다. 이 캔디는 A급 이상의 몬스터를 키우는 아이템으로 사용된다.

최근 포켓몬고를 시작한 모 후배에게도 이 원리를 들려줬다. 후배가 포켓몬스터 한 마리를 잡더니 “이거 C급인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버려, 필요 없어.” 후배는 심드렁한 내 목소리에 “포켓몬스터의 세상도 사람 사는 세상하고 똑같네요”라고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 없이 오 박사에게 B급 이하 몬스터들을 보내고 있던 난 괜히 머쓱해졌다.

포켓몬스터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 후배의 말마따나 딱히 다를 게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금수저와 흙수저가 갈리고, 학창 시절 성적표에는 ‘N등급’이 선명하다. 대학도 등급에 맞춰 들어가고, 직업과 연봉 표에 따라 결혼정보회사 등급까지 나뉜다고 한다. 그렇게 일생 내내 등급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현재 내 등급은 얼마나 될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상상을 해본다. 제일 흔해빠진 B급 이하의 ‘구구’(새 포켓몬스터)나 ‘잉어킹’(잉어 포켓몬스터) 정도가 떠오른다.

‘노오력’하면 달라질까. 한국행정연구원은 ‘2016년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 성인 남녀 800명에게 ‘한국 사회에서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물었다. 응답자들은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4점 만점으로 놨을 때 평균 2.4점을 줬다. 행정연구원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등급 상승의 희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현실에 B급 이하의 포켓몬스터들을 향한 연민은 커져만 간다.

그래도 다행인 건 포켓몬은 ‘진화’를 한다는 것. 자그마한 새 구구는 멋진 깃털과 큰 날개를 지닌 ‘피죤투’로, 파닥거리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잉어킹은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갸라도스’로 진화한다. 여전히 A급 이상 포켓몬들에게는 밀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전투 능력이나 기술은 성장한다. 인간 세상에서도 그런 진화가 가능한 날이 올까. 수많은 ‘로켓단’(만화 포켓몬스터 속 악당)이 판치는 인간 세상이지만 “그래도 지금이 기회”라며 또 한번 속는 척을 해본다. 올해는 우리에게 진화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하려고 한다.

홍상지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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