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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너무나 걱정되는 트럼프의 막가파식 외교

조너선 스티븐슨 전 미 NSC 국장

조너선 스티븐슨
전 미 NSC 국장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는 미숙하고 과격하다. 육군 3성장군 출신 마이클 플린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앉힌 것부터 그렇다. 외교가에서 플린은 이미 ‘투 스트라이크’를 받은 인물이다. 우선 그는 무능하고 고압적인 사람으로 악명이 높다.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총영사관에 대한 테러 공격은 이란 소행이란 근거 없는 의혹에 집착하다가 2014년 국방정보국(DIA) 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외교관으로선 치명적인 극단적 시각의 소유자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우방국과 거리를 두고 이슬람과 각을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걷어차고, 러시아에 구애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플린의 경솔한 조언에 따른 것이다.

지난 1주일 동안 상황은 더 악화됐다. 트럼프가 플린의 고압적 태도에 벌써 싫증을 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최측근인 스티브 배넌을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멤버에 앉힌 것도 플린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플린은 군사 부문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라도 있다. 그러나 우파 뉴스매체 사장 출신인 배넌은 34년 전 해군 하급장교로 복무한 게 외교 관련 경력의 전부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배넌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줬다. 그가 플린과 함께 국가안보 ‘공동’ 보좌관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면에 미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군사고문인 합참의장은 NSC 상설멤버에서 빠졌다. 트럼프의 외교가 현실 대신 이념에 경도될 것임을 보여주는 징조다.

새뮤얼 헌팅턴·엘리엇 코언 등 유명한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군과 문민 관료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한 가운데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팅턴은 “안보전략은 문민 대통령이 결정하되, 디테일은 군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NSC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기구다. 대통령에게 전략을 제시하면서 국무부, 국방부 등 유관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 정책의 균형을 유지하게 해준다. 이 기구를 이끄는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런 NSC의 미묘한 기능을 잘 수행할 사람이 돼야 한다. 배넌과 플린이 그런 능력을 지닌 이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모두 이슬람에 대한 혐오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떤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다. 자연히 이들의 참모진은 아첨꾼들로 가득하다. 배넌과 플린은 대책 없는 강경노선으로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현실 대신 이념을 앞세우는 위원회를 통해 칙령을 발표한다. 칙령을 이행하는 과정 역시 아무런 자문도 받지 않고 유관부처에 떠넘겨버릴 것이다. 이들의 한심한 일처리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국무부·국방부·국토안보부와 협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강행한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이다.

이런 재앙은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는 “시리아에 ‘안전지대(safe zone)’를 만들 테니 도와 달라”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비현실적 조치라며 반대한다. 맞는 얘기다. 시리아에 안전지대를 만들려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든다. 시리아와의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 최대 3만 명의 미군을 파병하고 미국의 공군력을 러시아에 노출하게 되는 부담도 추가된다. 그러나 배넌과 플린은 국방부의 이런 우려를 깔아뭉개고 안전지대 구축을 밀어붙일 태세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배넌과 플린의 독주를 막아줄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 트럼프가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도 매티스에겐 이를 상쇄할 역량이 있다. 국방장관으로 미국의 군사자원을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미 의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매티스는 4성 해병대 장군 출신이며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경력도 있다. 따라서 배넌·플린과의 토론에서 매티스가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토론 과정에서 배넌과 플린이 가짜 정보를 갖고 엉터리 의견을 쏟아낼 수는 있다. 그러나 매티스가 고급 정보와 경륜을 바탕으로 권위 있는 의견을 내면 두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티스의 활약에 고무된 국무부와 국방부 관료들도 매티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배넌과 플린에게 맞설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워싱턴 공무원들의 거센 저항 속에 고립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매티스의 개인기만으로 상황이 호전될 수 있느냐다. 미국의 외교안보 관료들에게 인기 없고 믿음도 주지 못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은 신속히 축출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르다. 특유의 오기를 부리며 자신에게 충성해 온 배넌과 플린을 계속 안고 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트럼프가 기업인 시절 출연해 인기를 얻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도제(Apprentice)’에서 드러난 그의 스타일을 보면 말이다. 평판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트럼프는 결국 자신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한도까지만 두 사람을 썼다가 결국엔 쫓아낼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올 때까지 국무부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 관료들은 트럼프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외교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조너선 스티븐슨 전 미 NSC 국장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3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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