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유 생산 줄까봐 구제역 백신 안 놓았다” 축산농의 고백

구제역 확산으로 전국의 모든 가축시장이 일시 폐쇄됐다. 10일 오후 충남 논산 가축시장에서 방역 담당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논산=프리랜서 김성태]

구제역 확산으로 전국의 모든 가축시장이 일시 폐쇄됐다. 10일 오후 충남 논산 가축시장에서 방역 담당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논산=프리랜서 김성태]

구제역이 연례행사처럼 반복해 발생하는 배경에는 정부와 축산 농가의 소통 부족과 불신이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축산 농가는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착유량(우유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유산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백신의 효능에 대한 농가의 불신도 심하고 당국의 현장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만2621마리(전국의 40%)의 젖소를 키우는 경기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연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지만 경기도 남부의 젖소 농가에서는 구제역 백신 접종을 여전히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젖소 50여 마리를 키우는 A씨(47)는 기자에게 “지난해 7월 지자체로부터 구제역 백신을 지급받았지만 주사를 놓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전에 백신을 주사했더니 젖소가 스트레스로 잘 먹지 않아 착유량이 일주일간 20∼30%나 감소해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농장주 “접종 전문가가 놓아달라”

농가들의 백신 접종 거부 배경에는 백신 효능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 농가 주인 최모(65)씨는 “백신을 접종한 뒤 안심하고 있었는데 구제역 발생 이후 항체 형성률 검사 결과 19%가 나와 충격을 받았다”며 “까다로운 백신 접종을 농장주에게 맡기지 말고 전문가가 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심지어 바이러스 항체 형성 비율이 높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10일 나오면서 축산 농가들의 백신 불신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도 AI·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8일 A형 바이러스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 젖소 사육 농가의 젖소 21마리의 백신 접종에 대한 항체 형성률 검사 결과 A형은 90%, O형은 52%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항체 형성률이 낮았던 보은군 구제역 발생 농가(19%)나 전북 정읍 발생 농가(5%)와 달리 연천은 항체 형성률이 비교적 높은데도 구제역이 발병했다는 얘기다. 경기도 관계자는 “연천의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이 구제역을 100% 막는 수단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형 항체 형성률이 90%인 연천 젖소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데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바이러스 감염 후 보통 4~7일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항체가 형성된다. 연천 젖소 농가가 구제역이 발생하고 꽤 시간이 지난 후 신고를 하면서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왔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젖소 70여 마리를 키우는 연천군 낙농연구회 최철(51) 회장은 “그동안 6개월에 한 번씩 O형 구제역 백신을 집중 접종했는데 연천에서만 A형 구제역이 발생하는 바람에 오늘 다시 ‘A+O형’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백신을 접종하면 착유량이 감소하지만 정부의 보상은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 “매뉴얼대로 놓으면 항체 잘 형성”

정부는 구제역 백신의 효능은 검증이 됐다고 강조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백신은 냉장 보관을 하다 실온에서 녹여 접종하는 등 정확한 매뉴얼만 따르면 항체가 잘 형성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상시 300만 마리가 넘는 소 전체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전수조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의사회 이성식 회장은 “개인 이익을 우선하는 일부 축산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전염병 발생·확산에 책임이 있는 농가에는 보상금 지급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처럼 일정한 시설과 축산 지식을 갖추도록 제한하는 ‘가축 사육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농식품부는 네 번째 구제역 신고가 접수된 보은군 탄부면의 한 한우 농가에 대한 조사 결과 O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고 10일 밝혔다. 이 농장은 5일 구제역이 발생했던 보은군 마로면의 젖소 농가와 약 1.3㎞ 떨어져 있다. 이로 인해 두 농가 사이에 전염병이 옮겨 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천·보은·수원 =전익진·최종권·김민욱·이승호 기자 ijjeon@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