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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나는 조신하지 않다

윤예린 숭실대 건축학부 1학년

윤예린
숭실대 건축학부 1학년

“다리 오므리고 앉지 못해? 쯧,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말이야.”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에 타더니 앞자리에 앉은 여자 승객에게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러니 나라 꼴이 엉망이 돼!” 그리고 온 버스 안을 휘저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시선을 내려 발끝을 확인했다.

별안간 머릿속에 ‘조신이 뭐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사전에 따르면 ‘몸가짐이 조심하고 얌전하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가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고 외칠 때엔 전통이라는 이름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깊이 배어 있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몸가짐을 조심하고 얌전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동시에 활달하고 적극적일 수도 있다. 남자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여자에겐 아직 그렇지 않다. 그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대중매체 속에서도 여성은 조신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의식적이건 아니건 단어 사용에서부터 그런 생각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할 말을 다 하는 여성을 ‘기가 세다’고 말한다. 반면에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남성은 ‘카리스마’가 있다고 표현한다. 드라마 속의 여성과 남성은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 다른 단어로 불린다. 그 둘의 다른 점은 오직 생물학적 성별뿐이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주입받아 왔다. 나는 초등학교 때 바느질을 못한다고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같은 반 남자아이는 조용히 책을 읽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자답지 못하다’고 평가됐다. 여자다운 것과 남자다운 것이 무엇일까. 여자아이는 가정적이고 순종적이며, 남자아이는 씩씩하고 용감해야 하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지만, 과거에서부터 내려온 고전적이고 틀에 박힌 성별관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 그리고 이는 종종 차별적인 대우로 이어진다.

사람 성격은 남자냐 여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성격과 특성이 있다. 그리고 그 성격에 맞는 역할을 맡을 때 즐겁고 행복하게 잘해낼 수 있다. 남녀라는 획일화된 성별관에 따라 사회에서의 내 역할을 고정시켜서는 안 된다. 나는 조신하다기보다는 활발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조신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단어에 대해 한 번씩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나다움’과 관계없이 ‘조신함’을 강요받고 있지는 않았을까?

윤예린 숭실대 건축학부 1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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