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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이 트럼프발 환율전쟁 시대를 사는 법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트럼프는 취임 후 2주 만에 오바마케어 규제 부담 완화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글로벌 기업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력, 중국과 일본 등 무역적자국에 대한 환율 압박, 반이민 행정명령 등을 쏟아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집약되는 그의 정책들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공언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1~2년 남짓은 미국 경기를 끌어올릴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달러화 강세로 인한 미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불만을 토로했고 지난달 31일엔 중국과 일본을 사실상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했다.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미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독일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거렸고,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평가절상됐다. 우리 원화도 지난해 말 1210원대까지 가파르게 올랐다가 트럼프 발언 이후 지난해 11월 초 수준인 113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 재무부가 오는 4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시장이 선 반응한 결과다. 트럼프의 환율전쟁 도발 발언 직후 중국은 단기금리 인상에 나섰고, 일본도 다소 모호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신호를 통해 엔화 가치 절상을 수용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독일의 중앙은행은 예전과 달리 오히려 유로화 초고도 완화를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트럼프의 환율 관련 발언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역시 트럼프답다. ‘룰(rule)’보다는 ‘딜(deal)’, ‘이론적 설명’보다는 ‘당근(실리)’을 중시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트럼프노믹스의 대표 공약인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금리를 상승시키고 달러화 강세를 초래한다. 더구나 올해에 미국 연준이 1~3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피하기 어렵다.
이런 장·단기의 상충되는 결과를 트럼프가 모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것 같지만 미국은 약(弱)달러 정책을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강(强)달러를 지지한다. 기축통화의 이점은 실로 막대하다. 100달러짜리 한 장을 인쇄하는 비용이 12.3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발행 비용의 813배 가치가 있다고 믿고 사용하고 있으니 그 주조차익(seigniorage)만 해도 천문학적 액수가 된다. 미국은 앞으로도 달러화의 실질가치를 가급적 높이지 않으면서도 “국제 결제통화로서의 강한 위상 유지”라는 의미의 강한 달러를 위해 지금과 유사한 발언과 행동을 할 것이다. 그만큼 환율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다.

우리도 당장에는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로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가 중국·일본·독일 등과 함께 한국을 ‘환율 조작국’ 전 단계인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올 4월에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2015년 258억 달러를 정점으로 줄고 있고 미국의 실익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의 주 목표는 중국이기 때문에 지정 기준 변경 등을 통해서라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 같다. 우리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중국에 대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은 크다. 2015년부터 올해 1월까지 두 통화의 상관관계가 0.47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전 3개월과 당선 후 3개월을 비교해 보면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가 0.76에서 0.87로 증가했다. 이는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가 트럼프 당선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즉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원화도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음을 의미한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계속해서 트럼프 뜻대로 움직여 줄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제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과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가급적 외환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시키기 위해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이 환율 흐름의 기조를 바꾸기보다는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이 주된 목표임을 데이터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1선 및 2선 외환보유액 확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특히 ‘사드 배치’ 이슈와 관련해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통화 스와프를 연장시켜야 한다. 기업들 역시 스스로 환위험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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