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차이나 인사이트] 트럼프 촉발의 미·중 ‘쩐’ 전쟁 … 벚꽃 피는 4월에 터진다

왕윤종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왕윤종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10년 전인 2007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최고였다. 반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의 잘못된 만남은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불렸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전자가 다른 두 생명체의 합성물인 키메라(Chimera)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말을 낳았다. 그 키메라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의해 10년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일까. 미·중 간 ‘쩐(錢)의 전쟁’ 내음이 날로 짙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트럼프의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對)중국 봉쇄 정책은 2단계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또는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이다. 이는 21세기의 운명을 가를 중차대한 결정이 아시아에서 이뤄질 것이고, 그 결정의 현장에 반드시 미국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안보적 차원에서 추진된 정책으로 미 해군력의 60%를 아시아에 주둔시키려 했다. 그러나 의회의 군비 삭감에 직면하게 되자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바로 경제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 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경제협력체다.

한데 트럼프는 취임 3일 만인 지난달 23일 이 TPP 탈퇴를 선언했다. 왜 그랬을까? 중국 봉쇄에 반대하기 때문인가? 천만에다. 다자간 협정은 미국 입장에선 실속이 없다고 보는 까닭이다.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보다는 협정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에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것이다.
TPP는 기본적으로 규칙에 기반한다. 하나 트럼프는 룰(rule)보다는 딜(deal)을 선호한다. 다자주의를 따르면 아무리 미국의 입장을 잘 반영한다 해도 협상의 여지가 제한된다. 그러나 양자 간 협상을 하면 강대국인 미국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게 게임의 법칙이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가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불법이민이라는 멕시코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주장한 것도 앞으로의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 홀로 집에 2’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 트럼프는 레이건을 닮고자 레이건이 강조했던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주창하면서 위대한 미국 건설을 외친다.
자료:한국 관세청

자료:한국 관세청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통상정책 팀을 반중(反中) 인사들로 꾸렸다는 점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반중 학자 피터 나바로를 백악관 내 신설되는 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바로 상징적인 사건에 해당한다.

나바로의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을 보면 중국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사망 선고를 받는다. 그는 중국이 환율 조작을 일삼는다고 단정한다.
트럼프는 대선 경선 당시 유세에서 “대통령 취임 100일 이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치로서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가 이 같은 공약을 정말로 실행에 옮기는 게 가능한 것일까?

미 의회에선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투명성이 부족하고, 중국이 아직도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가는 중국도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감이 부족하다. 위험에 대응할 체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중국 위안화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긴 했지만 아직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 섣부르게 자본자유화를 했다가는 그야말로 한 번에 훅 갈 수 있다. 덩치만 클 뿐 여전히 금융 후진국에 해당한다. 국유상업은행 주도의 관치금융 결과다. 미국은 바로 이 같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려는 것이다.
자료:한국 관세청

자료:한국 관세청

이런 의회 분위기가 반영돼 2016년 발효된 ‘무역촉진법’은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이 법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게 된다.

그 기준은 1)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고 2)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3%를 초과하며 3) 외환보유액 증가분이 GDP의 2%를 초과할 경우에 해당된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두 가지에 부합하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4월과 10월 중국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역시 독일·일본·대만·스위스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이다. 환율조작국이란 낙인이 찍히면 미 재무부는 해당 국가에 저평가된 환율과 지나친 무역흑자를 시정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요청 후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정부조달시장 참여를 배제하고 또 해당국에 대한 투자 제한, 국제통화기금을 통한 압박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는 바로 이 4월을 기다리고 있다.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어떻게 되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우리도 덩달아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료:한국 관세청

자료:한국 관세청

독일은 유로화 종주국이고 일본은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미 재무부의 타깃은 중국과 한국이다.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FX Report)를 보면 중국의 대미 흑자가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지만 경상수지 흑자만을 놓고 보면 중국은 2.4%에 불과한데 한국은 7.9%에 달하고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보다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타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엔 이런 논리가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

또 트럼프는 공약에서 밝힌 대로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군사력과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확대 재정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중국이나 우리의 대미 수출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의 대미 흑자가 증가한 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패로 치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로선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대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일본과 같은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만큼 환율의 시장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오는 가을의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을 훼손하는 대외적 요인을 최대한 차단하려 한다. 따라서 오는 4월에 있을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중국이 포함된다면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우선 5월로 예정된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무산시키거나 미국산 항공기 구매 취소, 곡물 등 미국산 수입품 축소,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을 작동시킬 수 있다. 1조16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내다 팔 수도 있지만 이는 중국에도 손해가 미치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의 재균형 정책이 오히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고조시켜 왔다고 비난하면서 오직 군사력 우위만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 속에서 정작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우리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70%에 달했던 무역의존도를 이젠 30% 수준으로 낮추면서 내수 중심의 경제로 빠른 전환을 모색 중이다.
[차이나 인사이트] 더 보기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80%가 넘는 무역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대외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반면에 중국은 어쨌든 미국과 맞서는 G2로 부상하고 있다. 군사력에선 미국과 차이가 나지만 경제력에선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서 정작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우리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순간순간 변하는 국제 정세, 특히 세계 경제의 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반(反)세계화에 편승해 국내 문제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우리의 살길일 것이다.
 
◆ 왕윤종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을 거쳐 SK중국경영경제연구소 소장, 중국한국상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SK경영경제연구소 고문 및 현대중국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왕윤종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