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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중앙일보 <2017년 1월 25일자 30면>
봇물 터진 미 보호무역, 한·미 FTA 재협상 대비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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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인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한 데 이어 이튿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서명함으로써 우려했던 미 보호무역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구촌의 대표적 다자(多者)간 무역협정들을 이틀 연속 배격한 그 강도와 속도에 비추어 세계 무역 질서는 미 주도의 양자(兩者) 간 무역협정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압박과 한국·일본에 대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또는 제정 요구가 ‘미국 우선주의’의 첫 공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TPP는 주력이 일본이고 우리는 미가입국이라 이번 일을 강 건너 불처럼 방관하거나, 심지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당장 그려지는 간접 피해의 시나리오만 따져봐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령 삼성전자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베트남처럼 TPP 가입국이거나 가입 예정인 나라 중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이 들어선 곳이 적지 않다. 미국의 TPP 탈퇴는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 뻔하다. NAFTA를 믿고 멕시코에 들어갔던 국내 기업 180여 곳도 애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몰려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운동 과정에서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 10만 개를 빼앗아 갔다”며 비난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52개국(15건)과 FTA를 맺은 세계 세 번째 FTA 강국인 만큼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한·미 FTA 재협상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안보로는 한·미 동맹, 경제적으로는 한·중 무역에 기대 온 우리에게 동아시아의 미·중 균형이 깨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의 TPP 탈퇴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한겨례 <2017년 1월 25일자 7면>
‘TPP 탈퇴’로 본격화한 트럼프발 보호무역 공세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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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티피피는 미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그는 이날 티피피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방침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이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줄곧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속도가 매우 빠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티피피 탈퇴 행정명령 서명 뒤 무역대표부에 내려보낸 ‘대통령 메모’에서 “미국의 산업을 증진하고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며 미국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양자 무역협상을 추진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20일 취임사에서도 “수십 년간 우리는 미국 산업을 희생한 대가로 외국 산업의 배를 불렸다. 나의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양자 무역협상 전략은 상대국에 대한 공세적인 요구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양자 협상은 다자 협상보다 힘의 우위를 내세워 국익을 관철하기 쉬운 구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티피피 탈퇴가 당장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애초 티피피에 참여하지 않은 까닭에, 오히려 티피피 출범으로 예상됐던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자유무역의 혜택을 많이 받아온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이 모두 영향권에 들겠지만, 우리는 내수 시장이 취약한 탓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이 꺼내들 카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환율 조작국 지정, 반덤핑 조사 확대 등이 예상되는데, 모두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경제에 대한 견제에 나서 양국 간에 경제 전쟁이 본격화하면 한국은 ‘새우등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을 보면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통상에 관해 후보 때 한 발언과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힘을 합쳐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야 할 때다. 중국, 일본과 함께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국제 무역질서 재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국실급으로 격하된 통상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논리 vs 논리
한·미 FTA 재협상에 총력을 vs 정부와 민간기업 공조 필요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뉴시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멕시코가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의 현재가 보인다.

멕시코는 현지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상당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최근 6년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새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은 11곳 중 9곳이 멕시코였다. 미국과 멕시코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이 협정 덕분에 멕시코는 자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무관세로 북미지역(미국·캐나다)에 수출할 수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2015년 기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20여 개 완성차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70%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멕시코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수송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7분의 1 수준인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과 무관세 혜택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멕시코로 끌어들이는 힘이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조원을 투자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멕시코의 사정은 달라졌다. 트럼프는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제품을 생산하고 회사를 훔쳐서 일자리를 파괴하는 다른 나라로부터 국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멕시코로서는 타격을 입을 만한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기업들을 향해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 철회를 압박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포드자동차는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했고, 미국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는 NAFTA 재협상을 위해 캐나다 및 멕시코 정상과 회담을 갖겠다고 지난 1월 22일 밝힌 바 있다. 하루 뒤인 23일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이 모두(冒頭)에서 각각 “우려했던 미 보호무역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줄곧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표현을 한 것을 보면, 미국의 TPP 탈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는 점에 두 신문은 의견을 같이한다. 트럼프는 이미 대선후보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강조했고 NAFTA, TPP 그리고 한·미 FTA를 ‘일자리를 빼앗는 협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2012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며 “그 여파로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이미 예견되었던 사실이다.

중앙은 NAFTA, TPP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들을 미국이 이틀 연속 배격함으로써 향후 “세계무역 질서는 미 주도의 양자 간 무역협정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의 TPP 탈퇴 시동은 세계 경제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자 간 FTA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중앙은 미국이 NAFTA, TPP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을 탈퇴하고 FTA 개정 또는 제정 요구에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예상한다.

한겨레 역시 트럼프의 ‘대통령 메모’의 내용, “미국의 산업을 증진하고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며 미국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양자 무역협상을 추진할 것을 지시한다”를 적시하며, 트럼프의 등장 이후,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상징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 무력해지고 양자 간 무역협정의 시대로 변화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한겨레는 여기에 “양자 무역협상 전략은 상대국에 대한 공세적인 요구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양자 협상은 다자 협상보다 힘의 우위를 내세워 국익을 관철하기 쉬운 구도이기 때문이다”라는 언급을 더하며 자유무역 질서를 깨트리는 트럼프의 패권주의를 간접적으로 비난한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미국의 NAFTA, TPP의 배격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가령 삼성전자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베트남처럼 TPP 가입국이거나 가입 예정인 나라 중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이 들어선 곳이 적지 않다. 미국의 TPP 탈퇴는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 뻔하다. NAFTA를 믿고 멕시코에 들어갔던 국내 기업 180여 곳도 애태우고 있다.” 미국의 NAFTA, TPP 배격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중앙의 실리주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자유무역의 혜택을 많이 받아온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라며,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한국은 2013년 이후 4년 연속 200억 달러 이상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환율 조작국 지정, 반덤핑 조사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음미해 봐야 할 것이, “우리는 내수 시장이 취약한 탓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라는 한겨레의 발언이다. 대미 무역흑자의 기반이 되는 ‘수출’은 대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내수 진작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점에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중앙은 “트럼프의 TPP 탈퇴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며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국익을 위한 실리적 관점에서 외교·안보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동맹’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중 무역’에서 오는 이익의 최대치를 한국이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실리주의적 논리다. 명분은 명분대로 챙기고, 이익은 이익대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통상에 관해 후보 때 한 발언과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던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을 지적하며, 한겨레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탓한다. 한겨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힘을 합쳐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중국, 일본과 함께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하며,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1990년대 이후 세계화는 국가 간의 벽을 허물고 자유무역을 확대했지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NAFTA, TPP의 배격 등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반세계화의 움직임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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