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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행정명령 제동과 미 사법부의 존재 이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미국 법원의 판결은 신선하다. 이슬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잠정 중지시킨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은 미국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각인시켰다. 출범 한 달도 안 되는 ‘살아 있는 권력’이 밀어붙인 핵심 정책은 무력화됐다. 미 사법부가 트럼프 정부와 충돌을 각오하고 법과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정치적 고려나 이념적 성향이 배제된 채 법관의 독립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평가받는다. 법원의 기준은 수정헌법 1조 위배 여부였다. 즉, 행정명령이 ‘종교, 표현, 언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는 대원칙을 침해했다고 봤다. 헌법 이외의 다른 변수에 눈 돌리지 않은 로바트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로바트 판사는 공화당 정권이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임명됐으며 보수 성향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 앞에는 진영 논리가 개입할 수 없음을 실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은 컸다. ‘소위 판사라는 사람(so-called judge)’이라며 인신공격을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와 사법체계를 비난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숨 쉬는 미국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미 사법부의 이 같은 작동 원리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특히 탄핵정국과 맞물려 사법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행태들은 우려스럽다. 탄핵 찬반 단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특정인의 구속을 주장하고, 탄핵심판 일정을 압박하고, 법률로 보장된 특검의 활동을 부정하는 등 법치를 훼손하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할 정치인들마저 휩쓸려 다니며 이에 편승하는 작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다. 법관의 판단에 어느 누구도, 어떤 형식으로도 개입하지 않는 게 법치이며 작금의 혼란을 단축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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