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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의 억울함엔…

김성룡 기자

김성룡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최순실씨가 6번의 출석거부 끝에 특검에 나왔다. 이때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너무 억울해요”라고 소리를 질러 화제가 됐다. 마치 과거 민주투사들이 그랬듯이 “억울하다”고 소리 높이는 걸 보니 잠시나마 진짜 억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 않고는 저렇게 단호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짜 그녀는 억울한 상황인가.
 
‘억울(抑鬱)’이란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거나 하여 분하고 답답함, 또는 그런 심정’을 뜻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조건이 포함된다. 먼저 잘못한 게 없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는 현재 벌받을 수 있는 상태라는 상황, 마지막이 분하다는 감정표현이다. 몇 달동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증거에도 불구하고 최씨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억울함의 이유다. 일반적으로 남들이 나를 오해할 때 억울해 한다. 내 의도를 남들이 몰라주거나, 내 판단이 옳은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비난할 때도 억울해 한다. 즉, 그녀의 판단이 옳고 세상이 틀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행동을 하기 전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면 윤리적, 법적으로 잘못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이게 된다. 이때 욕망이 양심이나 죄의식보다 큰 경우 실행을 하지만 마음 속에 번뇌는 남는다. 몇 번은 이런 행동이 가능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죄의식도 무뎌진다. 그러다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죄의식은 현실화하는 게 일반적 심리기제다.
 
그러나 최씨는 확연히 달랐다. 오직 억울하고 분할 뿐이다. 타고난 범죄자라서 그런 것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일관된 행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가치관과 판단기준 자체를 세상의 그것과 다른 것으로 바꾼 것이라고 봐야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올바른 일이다.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고 가치관적 판단의 근거를 바꿔버리는 것이 매번 양심과 죄의식의 망설임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잘 나갈 때에는 모든 이권개입을 일사천리로 판단해 지시하고, 재촉할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는 이상한 사명감까지 얹어진다면 그 확고함은 더욱 강해진다. 이런 상태엔 억울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
 
2차 대전 이후 전범들이 재판을 받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은 자신과 가족만 억울하지, 자신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직 이기적 승리만 해온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여기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걸 바로잡으려 하니 적반하장으로 ‘억울하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는 가나 동정은 할 수 없다. 이런 걸 보면 자고로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곰곰이 돌아봐야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jhn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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