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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대통령 누드화 논란과 표현의 자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의 그림 한 점이 온라인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곧, BYE(바이)!展’에 출품된 ‘더러운 잠’이란 작품 때문입니다. 나체로 침대 위에 누워 관람객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패러디 된 나체 여인은 관람객을 응시하는 대신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뒤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흑인 시녀는 최순실로 묘사됐습니다. 올랭피아에 등장하는 고양이 대신 박 대통령이 키운 진돗개가 등장합니다. 흑인 하녀가 들고 있었던 꽃다발 자리엔 주삿바늘 다발을 그려 넣었습니다.

애초 전시회는 지난 20일부터 열렸습니다. 그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가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표 의원에 대한 비난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여성의원들은 “여성 대통령을 성적으로 비하하며 조롱하는 것”이라며 표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도 “건전한 시국 비판은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라며 “포르노 옹호 발언, 어르신 폄하에 이어 풍자를 빙자한 인격 모독까지 한 표 의원은 국회의원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비난 여론이 거세자 민주당조차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전시회 참여 작가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을 누드라는 이유로 성적 비하라고 매도하는 건 예술에 대한 무지라는 겁니다. 이를 비난하고 전시조차 막는 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며 또 다른 ‘블랙리스트’라는 주장입니다. 공교롭게도 ‘더러운 잠’이 패러디한 마네의 ‘올랭피아’ 역시 출품된 1865년엔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성 누드는 늘 신화 속 여신처럼 순결하고 고귀한 존재로 묘사돼야 했습니다. 그런데 마네는 못 생긴 매춘부를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관람객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여성은 여신이어야 한다’는 고전적 위선에 정면 도전한 거죠.

그런데 마네의 올랭피아도 당시엔 외설 논란에 휩싸였던 걸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이번 일이 표 의원에 대한 정치 공세 말고 예술작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지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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