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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혈우병 유지요법, 환자가 미래를 꿈꾸게 한다

지난해 영국에서 혈우병에 걸린 사이클링 선수가 세계기록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혈우병 환자는 관절 및 근육의 출혈로 인해 스포츠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사례는 많은 혈우병 환자에게 희망이 된다.

혈우병은 피가 응고되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태어날 때부터 피를 멎게 하는 혈액 속 응고 인자가 부족한 선천적인 유전 출혈 질환이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 중 30%는 가족력이 없이 돌연변이로 생기기도 한다. 주로 남자아이 50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혈우병은 8번 응고 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A로 전체 혈우병의 85%를 차지한다. 2015년 말 기준 국내 선천 출혈 환자는 약 2300명이고, 이 중 60%가 혈우병 A, 30%가 혈우병 B 환자다.

혈우병은 응고 인자의 활성도에 따라 중증도를 구분하는데, 중증 혈우병 환자는 부딪치거나 상처가 나지 않아도 관절이나 근육에 출혈이 빈번히 생긴다. 특히 관절 출혈은 전체 출혈 중 70~80%를 차지한다. 심하면 만성 관절염이나 근육의 위축과 퇴행을 초래할 수 있다.

빈번한 출혈을 막기 위해 출혈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주기로 부족한 응고 인자를 투여하는 것이 바로 유지요법이다. 모든 중증 환자와 출혈 횟수가 많은 환자에게 유지요법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 투여
환자 42%가 출혈 경험 전혀 없어
꾸준한 헬스·걷기도 치료에 도움


유지요법은 혈우병 환자의 출혈에 대한 근심을 덜어준다. 1년간 유지요법을 한 환자 중 42%는 출혈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현장에서도 유지요법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연간 출혈 발생률이 2%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지요법이 그만큼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지요법에 더해 혈우병 환자의 스포츠 활동도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포츠 활동은 혈우병 환자의 근력뿐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까지 키울 수 있어 헬스나 걷기 등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주로 외상 위험이 적은 수영·자전거·배드민턴이 추천된다. 아직까지는 축구나 권투 등 신체 접촉이 많은 운동은 피하도록 권한다. 혈우병 환자가 사이클링 기록을 달성한 사례처럼 언젠가는 보다 발전한 의학 기술로 혈우병을 가진 축구 선수도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작은 상처의 출혈도 위험하다’는 것이 혈우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었다. 혈우병의 유전적 원인은 20세기 들어 처음 밝혀졌고, 20세기 초만 해도 혈우병 환자는 10~20세까지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혈우병 환자의 평균수명은 일반인과 같다. 만성질환처럼 꾸준한 유지요법을 통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혈우병으로 태어나거나 뒤늦게 혈우병 진단을 받고 꿈을 그리기 어려웠던 아이가 많았다. 효과가 길게 유지되고 투여 방법이 간편하며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와 유지요법, 꾸준한 스포츠 활동으로 잘 관리하면 혈우병 환아도 보통 아이들처럼 자기의 큰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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