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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부인이 미셸 여사에게 건넨 하늘 색 박스 무언가 보니…

과거 미셸 오바마가 후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를 국빈 응접실 `옐로 오벌룸`에서 맞았다. 두 사람의 공통 대화 주제는 자녀 문제였다고 한다. [사진 백악관 플리커 제공]

과거 미셸 오바마가 후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를 국빈 응접실 `옐로 오벌룸`에서 맞았다. 두 사람의 공통 대화 주제는 자녀 문제였다고 한다. [사진 백악관 플리커 제공]

20일 오전(현지시간) 8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 앞 잔디광장 옆자리의 고참 미국 기자는 한숨을 쉬었다. "8년 전 이맘 땐 인산인해였는데…." 전날 만난 택시기사 무함마드 카라트는 "의회 보좌관을 손님으로 태웠는데 취임식 표가 10장이나 남았으니 내게 몇 장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며 웃었다. 참석 규모뿐이 아니었다. 세계적 가수와 영화 배우들이 한데 모여 '우리 대통령!'을 외쳤던 4년 전, 8년 전의 모습은 없었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취임식장으로 향하기 전 관례에 따라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멜라니아는 오바마의 부인 미셸에게 럭셔리 보석업체 티파니의 하늘 색 선물 박스를 건넸다.

오전 11시30분 개회사에 이어 트럼프 부부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가 나란히 손을 잡고 의사당 중앙 계단을 걸어 내려오자 "USA, USA" 를 외치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길게 멘 빨간 넥타이,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는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입던 하늘색 정장에 긴 장갑을 낀 모습이었다. 연단에 앉은 힐러리 클린턴은 가끔 미소를 보이긴 했지만 무거운 표정이었다.

트럼프의 취임사엔 선거전 내내 입 버릇처럼 외치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구호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유달리 짦고 쉬운 단어를 많이 구사했다. 알아듣기는 쉽지만 울림은 부족했다. "우리는 위대하다"는 말만 반복했지 어떻게 위대해지겠다는 비전은 들리지 않았다. 확연히 눈에 띈 건 이날 취임식에 모인 인파 90만 명 중 90%이상이 백인이었다는 점이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인 미국의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20분 가량의 짧은 취임 선서가 끝나고 예포 21발이 발사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 보였던 시민들의 감동이나 감격의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트럼프의 유세장에서 쭉 봐 왔던 격한 함성과 이글거리는 눈빛이 넘쳤다.

미국은 지금 갈등과 대립을 겪고 있다. 남·여·노·소, 흑·백·아시안·히스패닉, 기독교·이슬람, 빈·부, 진보·보수가 내 편, 네 편으로 갈렸다. 축제가 돼야 할 대통령 취임식 기간 동안 반대 집회 신고가 100건이 넘었다. 민주당 의원 60명은 취임식 참석을 거부했다. 취임식이 열린 의사당 근처 곳곳에선 "인종차별주의자를 막아라(Stop the Racist)"를 외치는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19일 밤 부터는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미국 역사상 57번의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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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조지 W 부시는 '인간미'로 대통령이 됐다. 8년 전 버락 오바마는 '희망과 변화'였다. 트럼프는 '분노'다. 하지만 분노는 양날의 칼이다. '적'으로 향하던 분노가 역류하면 본인의 목으로 날아올 수 있다. 트럼프가 존경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올바른 근거로,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시기에 분노하는 사람을 칭찬하고 따른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취임 연설을 지켜 본 대다수의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가 트럼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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