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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도 모국어 기억…입양인 연구로 밝혔죠”

“아기들은 모국어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입양인 연구를 통해 밝혔는데, 그 성과를 인정받아 기뻐요. 앞으로 이 분야 연구에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수행인문학연구소 음성과학-심리언어 실험실)으로 재직 중인 국내 심리학자의 입양인 언어 관련 연구 논문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왕립학회지(http://rsos.royalsocietypublishing.org)에 실렸다.
한국인 최초로 ‘독일 막스플랑크 심리 언어학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지연 박사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독일 막스플랑크 심리 언어학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지연 박사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네덜란드에 위치한 ‘독일 막스플랑크 심리 언어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Psycholinguistics)’에서 2014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지연(34) 연구원이 그 주인공.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33명이나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소로, 최 연구원은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이곳에서 수학했다.

18일(현지시간) 발간된 영국왕립학회지에 실린 그의 박사 논문 주제는 ‘성인이 된 한국 입양인의 한국어 말소리에 대한 기억’이다. 그는 생후 3~70개월 사이에 입양돼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네덜란드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입양인 29명(평균연령 32세)을 대상으로, 한국어의 평음·경음·격음을 듣고 구별하는 2주간의 학습을 실시했다. 7년 여간에 걸친 종합 연구 결과 이들의 한국어 말소리 학습 성취도가 일반 네덜란드인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영유아기에 습득한 언어를 수십 년간 사용하지 않아도 그 기억이 성인기까지 남아 있을 수 있단 얘기다.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성과인 데다 모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입양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인들 중에서도 한국어에 노출되지 않은 분들을 찾아야했기에 피실험자 모집부터 애를 먹었다”며 “수소문 끝에 모집한 이들이 네덜란드 전역에 흩어져 있어 2년 동안 기차를 타고 방방곡곡 돌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쉬는 날도 없이 무거운 실험장비를 들고 기차에 오르는 그의 열정에 동료 연구원들은 “너 정말 미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적당히 하라고 농담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연구를 떠나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을 만나 그들의 삶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경험 자체가 참 고맙고 소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만난 분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면서도 한국이란 나라에는 관심이 많았다”며 “입양인에게 실질적으로 고국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가 거둔 성과는 18일 영국 BBC에 ‘아기들은 모국어를 기억한다’는 제목으로 비중 있게 보도됐다. 인간의 언어 습득과정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어서다. 그는 “영유아 말소리 습득에 대한 연구는 주로 영어권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어를 쓰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확장해보고 싶다”며 “다문화 가정 아동들의 언어 발달에도 관심이 많아, 이 분야도 공부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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