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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법’…공자는 단순명쾌 매력덩어리

철학끼리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이수정의 철학이다. 서양철학이고 동양철학이고 공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그는 ‘철학적 공화주의’라고 명명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철학끼리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이수정의 철학이다. 서양철학이고 동양철학이고 공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그는 ‘철학적 공화주의’라고 명명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40여 년간 서양철학을, 그 중에서도 하이데거를 깊이 공부해오던 그가 공자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공자의 가치들』(에피파니)이란 책을 펴낸 이수정(63) 창원대 철학과 교수. 공자의 『논어』를 50개의 키워드로 정리, 새롭게 풀이해 냈다. 하이데거 전문가로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서양철학자의 공자론이라 할 수 있겠다. 서양철학사를 이끈 철학자 50명의 핵심 사상을 정리한 『편지로 쓴 철학사 : 탈레스에서 헤겔까지』(아테네)를 앞서 펴낸 바 있다. 그런 사람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철학사를 빛낸 100명의 사상가보다도 공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고백한다.
 
평생 서양철학을 공부해왔는데 공자를 읽고 책까지 낸 계기가 있나요.
“뭐든 의미가 있다면 관심을 안가질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공자의 주제 자체가 이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온갖 ‘인격적 가치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총체적으로 붕괴됐다는 생각입니다. 공자 철학 50가지 키워드로 우리 현실을 비춰보면 그 모든 것이 그대로 다 유효합니다. 그런 도덕적 가치들이 힘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국력으로도 연결됩니다.”
도덕성이 국력과 연결되나요.
“국가라는 건축물엔 네 가지 초석이 있습니다. 칼·돈·손·붓. 즉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문화력입니다. 이 네 개의 초석들 하나하나 위에 네 가지 기둥들이 각각 굳건히 서야 합니다. 합리성, 철저성, 도덕성, 심미성. 이 기둥들의 퀄러티가 국가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그 중 하나가 도덕성이고 공자가 그것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공자철학은 도덕철학인가요.
“도덕철학 겸 정치철학입니다. 실천철학이라고 해도 되고. 그것이 국가의 힘으로 연결되는데 지금까지 너무 경시되고 무시돼 왔습니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크기가 작은데다 주변에 사대 강국이 포진해 있는 한국이 빛이 나려면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질적으로 승부하는 것이지요.”
질적 승부란 어떤 의미인가요.
“고급스러운 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 근본적인 첩경이 도덕적 인간, 가치를 존중하는 인간이 되는 거죠. 물론 합리성 철저성 심미성도 포함해서.”
공자철학은 조선시대 나라가 망할 때의 이데올로기 아닌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조선이 공자를 왜곡했다는 것입니다. 정치권력을 쥔 사대부계층에서 계층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악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논어』에서 공자가 한 말만 제대로 들여다보면 공자의 성격은 조선시대가 보여준 그런 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공자는 진심으로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격적 가치를 구현하는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특히 ‘군자’.”
제대로 된 사람이요?
“공자상이 너무 왜곡되어 있습니다. 공자는 결코 고리타분한 사람이 아닙니다. 매력덩어리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서양철학자들 100명을 나름 공부해봤는데, 조금 과장하면, 그 모두보다 공자가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인간도 그렇고 가치지향도 통찰력도 그렇고, 게다가 그에게는 언어적인 마력까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더불어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을 잃는 것이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 말하는 것은 그 말을 잃는 것이다’ 같은 말.”
서양철학에서 맛볼 수 없는 공자철학의 특징은 뭡니까. 서양철학에도 윤리학과 도덕철학이 있는데….
“공자 철학은 윤리 도덕에 대한 메타논의가 아니라, 윤리 그 자체입니다. 피부에 직접 와 닿는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생각이나 논의 속이 아닌, 살아가는 사람 속에 존재하는 가치라는 거죠. 인의예지 뿐만 아니라 50개의 가치들이 다 그렇습니다.”
공자에 푹 빠진 이 서양철학자의 동양철학 섭렵은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지금 『편지로 쓴 철학사- 현대편』을 쓰고 있는데 다 쓰면 노자와 부처를 건드려볼 예정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퇴계·율곡·다산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공자의 핵심 사상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50개의 키워드가 다 핵심 사상입니다. 그 중의 어떤 부분을 핵심이라고 특정하는 것은 공자를 읽는 사람의 판단이나 선호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어질 인(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보기에 따라 바를 정(正)이 인 못지않게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로 대표되는 바를 정이 공자철학의 출발점입니다. 그 점에선 인보다 더 중요합니다. 세상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 것이지요. ‘정(政)은 정(正)’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런 정치가 바로 공자가 하고 싶었던 실천 철학입니다.”
인(仁)을 어떻게 해석하나요.
“제 책에서 인은 두 개 편으로 나눠 설명해놓았습니다. 그만큼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명쾌한 핵심이 있습니다. ‘사람을(남을) 사랑하라’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으면 남도 도달하게 하라’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마라’, 공자는 이렇게 인을 설명할 때마다 타인을 등장시킵니다. ‘사람(남) 인(人)’이 반드시 등장하죠. 인의 핵심은 타인을 고려해주는 것입니다. 절대 어려운 얘기가 아니고 너무너무 심플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인간관계에서 나만 옳다고 하지 말고 남도 똑같이 생각해주라는 거죠.”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양철학을 신비주의의 일환으로 폄하하며 그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철학=서양철학’이란 등식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시도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동양철학의 한계를 묻자 ‘철학적 공화주의’를 이야기했다.
 
인터뷰 전문 보기

“한계는 어떤 철학이든 다 있습니다. 제가 서양철학사 책을 쓰면서 100명의 철학을 다 봤는데, 각자 다 나름대로 한계가 있습니다. 서양철학 내부에서도 영역다툼이랄까 자기만 철학이라는 주장이 높은 장벽을 쌓기도 하죠. 철학은 철학“들”이고, 철학들은 그 자체로서 각각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철학과 다툴 필요가 없어요. 제 식으로 말하면 ‘철학적 공화주의’입니다.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습니다.”

글=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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