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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줌을 취하고 거기에 혀처럼 날름거리는 불길 한 자락을 더하고 반짝이는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 두 개를 땄다. (…)그러자 연기는 고양이의 털이 되고 불길은 고양이의 혀가, 별은 고양이의 눈이 되었다.‘


괜시리 섬뜩한 구석이 있는 고양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귀엽고 깜찍한 탄생설화다. 페르시아 지방에서 구전되어 온 이 아름다운 전설을 소개한 이는 ‘모두까기 인형’으로 불리는 냉철한 인문학자 진중권이다. 누구에게나 까칠한 태도로 독설을 일삼는 그가 ‘고양이 집사’로 몸을 낮추며 ‘인간중심주의’에서 ‘고양이중심주의’로 헤게모니 시프트를 외치고 나섰다. 신이 인간에게 피조물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다는 기독교리를 비웃으며, 그 어떤 동물보다 자율적이고 철학적인 고양이를 보다 우월한 존재로 받들자는 주장이다.


이런 태도는 ‘캣홀릭’이라고 할 정도로 컬트적인데, 최근 SNS를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현대인의 고양이 숭배 현상에 대한 고도의 패러디다. 실제로는 자신의 고양이 ‘루비’에 대한 진솔한 사랑을 인문학으로 승화시켜 고양이를 둘러싼 역사·문학·철학을 종횡무진 펼쳐냄으로써, 아직 잔존하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나아가 동물과 인간의 대등한 삶을 주장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알고 보면 고양이는 고대에는 신적인 존재였다.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신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의 고양이 신 아르테미스 숭배는 신약 ‘사도행전’에서 사도 바울이 척결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강고한 신앙이었다. 고대 중국에는 신이 만물의 영장 고양이에게 세상을 보살피는 임무를 맡겼다는 전설이 있었다.


고대인들의 이런 고양이 사랑은 중세 수난기를 불렀다. 특히 십자군 원정을 통해 전해진 무슬림의 고양이 사랑이 유럽사회에 부정적으로 인식돼 사악한 마녀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대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500년 동안 굳어진 ‘사탄의 동물’ 이미지는 19세기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누명을 벗고 예술적 가치로 전복됐다. 고양이는 시인들의 소울메이트로서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 누가 저 빛나는 눈 뒤에 영혼이 없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테오필 고티에)라며 그 자율성이 예찬됐는데,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숭상했던 19세기 모더니스트들의 전위적 취향을 21세기 대중들이 따르는 것으로 본다면 최근의 고양이 숭배 현상도 설명된다.


저 유명한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도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 현대예술 탄생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고전주의적인 이성과 문명에 억압되었던 잔혹성·폭력성을 문학적 수단으로 삼았던 후기 낭만주의 작품인 ‘검은 고양이’는 보들레르에 의해 프랑스 문단의 아이콘이 됐다. 몽마르트의 카바레 ‘검은 고양이’가 지적 보헤미안들의 안식처가 되어 예술적·정치적 담론의 중심지로 떠올랐고, 현대미술의 시초로 통하는 마네의 ‘올랭피아’에도 하얀 강아지 대신 검은 고양이가 등장한다. 신화를 현실로 치환하는 예술의 ‘현대성’의 탄생 현장에 고양이가 함께한 것이다.


저자는 ‘고양이중심주의’를 철학으로 완성한다. 고양이와 놀다가 인간중심주의에 근본 의문을 제기한 몽테뉴에서 시작해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는 고양이에게 부끄러움을 느낀 데리다에 이르면 고양이는 다시 신격화된다. 아담과 이브가 벌거벗은 몸을 부끄러워해야 했던 신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는 응시의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토록 숭고한 존재의 진정한 집사가 되기 위해 사료를 먹어보고 털을 핥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고 영혼과 정신에 ‘고양이성’을 구현하려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엽기적이다. 하지만 사랑을 바라나 굳이 구걸하지 않고, 속으로 따뜻해도 겉으로 까칠하며, 아무리 친해져도 끝내 알 수 없는 구석을 남기며, 사회 안에 살면서도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는 것이 ‘고양이성’이라면 구현에 노력해볼 만 하지 않을까. 고양이 집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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