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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고양이들이 모리에게 알려준 또 다른 스타게이트

모리는 수리 형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묘안을 짜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진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모리와 수리 사이에는 오직 하나의 우주 네트만이 존재했다. 우주 네트는 그저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대를 분리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커튼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두 사람은 절대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수리 형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수리 형의 느낌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매우 친숙한 느낌과 조금은 낯선 느낌. 해석하자면 현재의 수리에 대한 느낌과 먼 과거에서 온 수리의 느낌이었다.

모리는 수리 형에게 무선전신기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메시지를 작성하던 모리는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주 기발한 묘안이었다. 모리는 ‘바이킹의 나침반’을 가져와서 아지트를 돌며 미세하게 분출되고 있는 빛을 측정했다. 수리 형이 바로 근처에 있다면 그 공간에 존재하는 빛이 미세하게 새어나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깊은 우물을 찾기 위한 세 아빠의 노력
수리 아빠와 사비 아빠 그리고 마루 아빠는 깊은 우물을 찾아야 했다.

“우물을 어디에 감추어 두었을까? 우물 스스로 돌아다닐 리는 없고….”

수리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녔다. 사비 아빠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성격이라 수리 아빠가 성큼성큼 무작정 설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우리는 영원히, 영원히 탈출하지 못할 거예요. 여기 갇혀있다가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사비 아빠는 목소리마저 아주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죽기밖에 더하겠냐고요?”

마루 아빠는 수리 아빠보다 더 큰 소리를 쳤다.

“게다가 이곳에선 죽지도 안잖아요. 우리가 이쪽 세계로 온 이후, 혹시 무덤 같은 거 본 적 있수? 납골당? 노노! 전혀 본 적이 없어요.”

마루 아빠의 관찰력이 맞기는 했지만 역시 천하태평이었다.

“그건 학자다운 의견은 아닙니다만. 검증된 의견을 말씀해주심이….”

사비 아빠 역시 조심스러웠다.

“이게 모두 무작정 그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이 지경까지 된 거 아니겠수?”

마루 아빠는 수리 아빠를 겨냥해 불만을 터트렸다.

“그때 찬성한 거 아니었습니까?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서 혼란을 부추기십니까?”

수리 아빠도 거침없었다. 누구 눈치 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비 아빠는 두 사람 눈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우리가 너무 오래 갇혀 있다 보니… 자, 이제 그만하자고요.”

사비 아빠가 분위기를 바꾸어보려고 했다.

“우리가 로젠다리를 건널 때만 해도 기뻐하지 않았습니까? 로젠다리를 발견했습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학자로서 성취를 이뤘다고 믿습니다만….”

마루 아빠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우리의 성취는 아이들입니다.”

수리 아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사비 아빠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서 찾기나 합시다.”

수리 아빠가 다시 앞장섰다.

“수리가 아직 팬옵티콘까지는 만나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그들 뒤로 벽면에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고 그 모니터를 통해 수리와 사비, 마루가 보였다. 수리가 그들에게 뇌 속의 아다마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락한 이후부터 모니터에는 수리와 사비, 마루가 다큐 영상처럼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수리 아빠와 사비 아빠, 마루 아빠는 감옥에 갇혀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이 탈출할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해저도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방향으로 나가도 어차피 바닷속이라 그런 식의 탈출은 자살 행위에 불과했다. 오로지 한 가지 방법 뿐이었다. 수리와 사비, 마루도 그 방법을 통해서 지금의 세계로 건너갔었다. 바로 깊은 우물을 통한 탈출이다.

그런데 깊은 우물은 쉽게 그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수리 아빠도 깊은 우물이 말 그대로 땅을 깊이 파고 만든 우물은 아닐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또한 깊은 우물은 이동하는 웜홀이었기 때문에 그 위치가 일정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을 거라는 추측도 했다.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깊은 우물이지만 학자들이란 불규칙 속에서도 규칙적인 패턴을 읽어내야 했다.

“폴리페서가 드나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희망적인 단서죠.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수리를 저 지경으로 내버려두어선 안 돼요.”

사비 아빠는 신중한 만큼 걱정도 많았다.

“아이들 걱정은 많이 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우리에게 무엇을 묻거나 듣거나 해서 움직인 건 아니잖아요? 보세요. 스스로 해낸 겁니다. 또 해내고 있습니다.”

마루 아빠는 아이들이 자랑스러웠다.

“어쨌든 빨리 가서 알려줘야 해요. 수리의 꿈속에 나타난 거인들이 말하지 못한 게 있었죠. 수리가 거인들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바람에. 허허.”

수리 아빠는 웃었다.

 
베로 쌤의 집에서 단서를 찾은 모리
모리는 ‘바이킹의 나침반’으로 미세한 빛의 변화를 읽었다. 바이킹 족은 이올라이트 석을 편광렌즈로 사용했었다. 물론 이게 맞는지 100% 확신할 순 없었지만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모리는 현재 자신의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수리 형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수리 형도 모리가 어떤 의미로 위치 정보를 보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동생 모리의 존재를 느낄 것이고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바이킹의 나침반’에서 이상한 빛줄기가 감지되었다. 모리는 이올라이트를 뚫어지게 관찰했다. 그 빛줄기가 너무 미세해서 쉽게 분간하기 어려웠다. 모리는 거의 한 시간을 노려보았다.

“아….”

모리는 탄식을 내뱉었다. 나비였다. 나비가 날개를 흔드는 모습이 빛의 날개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사람 여자의 얼굴을 한 나비야.”

모리는 갑자기 일어나서 아지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베로 쌤 집으로 향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모리는 무작정 문을 열고 베로 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집 안 내부 구조가 평범하지 않았다. 롱고롱고 문자가 적혀있는 종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집 안 내부는 수시로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방금 문이 있던 자리가 뒤로 옮겨갔고 바로 앞에 있던 피아노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리는 당황한 채 한참 집 안 내부가 스스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래. 베로 쌤은 우리와 다른 종족이었던거야. 베로 쌤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와 수리 형 앞에 나타난 거야. 수리 형에게 단서를 쉽게 깨닫게 하기 위한 헬퍼였던 거지. 그렇다면 베로 쌤은 현재 이곳에 없을 가능성이 많아. 하지만 또 다른 단서를 분명히 놓아두었을 텐데….”

그때 모리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여자화장품을 보았다. 골리 쌤 화장품이었다. 골리 쌤은 모든 화장품에 자신의 사진을 라벨링해서 사용했다. 이 화장품 또한 여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팩트 종류였는데, 뚜껑에 골리 쌤의 사진이 라벨링되어 있었다. 모리는 팩트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뚜껑 안의 작은 거울 안에서 숫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3번째 왼쪽 집의 27번째 집? 언덕고양이? 이건 또 뭐지?”

모리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3번째 집까지 갔고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27번째 집으로 갔다. 그런데 26번째 집은 있어도 27번째 집은 없었다. 언덕고양이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럴 수가… 언덕고양이의 좌표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런데 27번째 집은 없어. 잘못된 주소일까?”


무선전신기로 수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모리는 바이킹의 나침반을 가져오고
미세한 빛의 변화를 관찰한 끝에
언덕고양이의 좌표를 발견하게 되는데



모리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냥 서 있었다.

그때였다. 동네고양이들이 언덕고양이에게 모두 몰려들며 복잡하고 시끄러워졌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언덕고양이에게 몰려들면서 뛰어다니자 바로 그것이 보였다. 스타게이트였다.

“27번째 집은 있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스타게이트는 인비저블 게이트였다. 보였다, 안보였다 착시를 일으켰다. 고양이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스타게이트가 나타났고 고양이들이 멀어지면 사라졌다.

“그렇다면 내가 발견한 좌표는 바로 언덕고양이의 좌표야. 그렇다면 바로 이 근처에 수리 형이 있다는 거지. 좋아.”

모리는 다시 달려서 아지트로 건너갔다.

“아뿔사!”

아지트 안은 무선전신기에서 보낸 암호를 출력한 용지들로 한가득이었다. 모든 헌터들이 보낸 암호였다. 모든 정보가 아지트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암호들이 서로 얽혀서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모리는 이 신기한 상황이 입이 찢어지도록 즐거웠다.

그리고 ‘바이킹의 나침반’이 찾아낸 빛의 미세한 줄기들이 아지트 벽면을 점점 채워나가고 있었다. 글자일까? 숫자일까? 모리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모리는 종이에 적을 준비를 했다. 이제 분석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수리 형. 기다려!”



다음 호에 계속
 

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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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