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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청소기 500만대 대박 한경희 후속타 못쳐 좌절

“재무 관리에 실패했어요. 제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을 못 냈으니 잘못했죠.”

13일 한경희(53)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 대표는 한숨부터 쉬었다. 한 대표는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주목해야 하는 여성 기업인 50인’, 2012년 포브스 아시아의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이름을 올렸던 촉망받는 사업가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사명도 ‘한경희’를 빼고 미래사이언스로 바꿨다.
한 대표는 “100만 대 이상 팔려나간 제품이 여러 개 있었지만 가격대를 낮추다 보니 마진(이익)이 적었다. 성장할 수 있는 실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2009년 975억원 매출에 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이 회사는 2014년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5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 대표는 “재무·회계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늦게라도 재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사업 초기에는 유통에 집중했는데 안정될수록 재무 관리가 중요했던 것”이라고 탄식했다.

5급 공무원이면서 주부였던 한 대표는 무릎을 꿇고 바닥 청소를 하다 스팀청소기 아이디어를 냈다. 1999년 회사를 설립했고, 스팀청소기는 500만 개가 넘게 팔렸다. 하지만 대박을 이어 갈 혁신 제품이 없었다. 스팀청소기 시장에는 비슷한 제품, 더 싼 제품이 쏟아졌다. 음식물 처리기, 자세 교정 의자와 책상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매출은 주춤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히트 상품으로 성공해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기업이나 저렴한 상품을 파는 후발 업체들 사이에서 치이게 된다”며 “내적 동력을 키워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데 조바심을 내며 사업만 확장하면 한계에 봉착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강연·방송 등 외부 활동으로 경영에 소홀했던 점을 지적한다. 한 대표도 “내가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고 싶지만 쉽지 않았다”며 인정했다. 기업은행은 3∼4월 회계법인의 기업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워크아웃이 진행되더라도 올해 전자레인지를 대체하는 오븐 등을 내놓고 회사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최대주주인 한 대표를 대신할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가 제일 중요한데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기술력만 확인되면 사겠다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화선·장원석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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