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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종이는 진화한다, PC 모니터처럼

종이
로타어 뮐러 지음
박병화 옮김, 알마
448쪽, 2만2000원

원제 ‘하얀 마법 : 종이의 시대’에서 책의 주제를 짐작할 수 있다. 종이를 주인공 삼아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또는 종이라는 물질과 인간정신의 상호 영향사.

책은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이의 탄생과 전파, 그리고 진화의 역사를 추적한다. 중국에서 유래한 종이가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파돼 인류 문명의 저장장치이자 유통수단을 담당하는 과정이 각종 인용자료와 함께 치밀하게 복원된다. 특히 괴테의 『파우스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같은 작품이 수시로 인용돼 독자의 흥미를 북돋운다. 이를테면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와 굳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영혼과 청춘을 맞바꾼다. 이때 종잇장에 서명을 하는 행위는 신용을 위탁하는 형태(123∼124쪽)를 상징한다.

종이는 책이고 돈이고 편지고 미디어이고 화장실 휴지였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한 오늘, 종이가 수천년 누렸던 지위는 이미 다른 물질이 대체를 마쳤거나 대체 중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우리가 아직도 종이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애초의 종이가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으므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도 전산화한 종이라는 주장이다(420쪽).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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