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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희망 폄하 금지

송인한 연세대 교수 사회복지학

송인한
연세대 교수
사회복지학

“신이시여,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을 바꿀 수 있도록 커피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와인을 주옵소서!” 최근 한 지인이 공유한 재치 있는 사진에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도전해서 바꿀 수 있을 만한 일이라면 카페인으로 각성해 전투력을 높이겠다는, 만약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와인의 힘을 빌려 잊어 버리고 받아들이겠다는 말. 진지하게 표현하자면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을 갖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과연 무엇이 바꿀 수 있는 일이고 무엇이 바꿀 수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지혜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우리는 흔히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켜야만 하는 일을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반대로 결코 바뀌지 않는 일에 불필요한 낭비를 하곤 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데서, 믿어야 할 사람을 의심하고 믿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속는 데서, 꼭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데서, 도전해야 하는 일에 포기하고 인정해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데서 우리는 판단과 선택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던가.

게다가 더욱 어렵고 중요한 사실은, 인류사회의 중요한 변혁은 불가능하다고 모든 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도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1964년 워싱턴 대행진에서 마틴 루서 킹이 행한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떠올린다. 과연 그의 꿈은 그 당시로서 현실적인 꿈이었을까.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계산했을 때 이루어질 만한 꿈이라고 판단하고 가졌던 꿈이었을까.

미국의 50~60년대 상황은 그렇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버스에서 백인 전용칸이 구분되어 있어 유색인종이 차별받는 시대였기에 권리를 지키던 로자 파크스가 체포되었던 때가 1955년. 앨라배마 대학교에 입학하는 흑인학생을 당시 주지사 조지 윌리스가 거부하고 막아서던 때가 1963년. 마틴 루서 킹이 “ 내 아이들이 피부색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지금 나에게는 그 꿈이 있습니다!”고 했던 꿈은 당시로서는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킹의 연설 후에 평등권을 보장하는 시민권법이, 소수 인종의 선거권이 보장되는 투표권법이 제정되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지 않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8년 임기가 끝나는 지금 가장 지적이고 품위 있는 대통령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음을 볼 때 킹의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세상이 헛된 희망이라 냉소했던 꿈이 이뤄지는 감동이 이런 게 아닐까.

때때로 우리는 스스로 변화를 위한 희망을 폄하하곤 한다. 동기를 깎아내리는 인지적 왜곡은 대략 네 가지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심각한 수준은 변화시켜야 할 문제 자체를 부정(denial)함으로써 희망과 동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문제 자체는 인정하지만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함으로써 희망의 의지를 갖지 않는 것이다. 다음 수준은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해결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고 희망을 축소하는 것이다.

혹시 우리는 스스로 희망과 동기를 폄하하지는 않는가? 가수 이적과 김동률이 ‘거위의 꿈’에서 노래하듯 헛된 꿈은 독이라는 세상의 유혹에 좌절하지는 않는가? 그리하여 변화할 수 있을 때조차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꿈을 스스로 꺾으며 현실에 순응하고 있지는 않는가?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연초에는 다소 비현실적인 꿈과 희망조차 가지는 자유가 허락된다. 혹시 벌써 새해 계획이 허물어졌다고 좌절하진 말자. 작심삼일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생각된다면 사흘에 한 번씩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 될 일이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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