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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사드 갈등 키운 안보맨 김관진

워싱턴에서 한·미가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 공조에 나서자 베이징에서 한·중 관계를 흔드는 파열음이 나왔다. 한·미는 중국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중국은 ‘한·중 관계에 손해일 것’이라는 경고장으로 응수했다.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한 분쟁이 더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선공(先攻)은 ‘김관진-플린’ 회동이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관진(사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나 “한·미 양국은 사드를 반드시 배치한다”고 합의했다. 그런 뒤 김 실장은 10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드는 자주권 문제인 만큼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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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한국이 고집스럽게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을 정말 원치 않는다. 이 문제로 한·중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나온 ‘아 태 안보협력정책’ 백서에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문구까지 명시했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해 외교안보 사령탑이 부재 중인 상황에서 김 실장이 사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9일에도 핵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는 등 사드 문제로 다양한 보복을 하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자극한 것은 한국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의 발언 수위가 외교안보 라인에서 사전에 조율을 거친 내용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도 문제 다. 외교부는 그간 “사드라는 단일 이슈로 한·중 관계 전체가 흔들려선 안 된다. 중국에 사드는 대북한용임을 계속 설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 않겠다는 김 실장의 발언은 ‘외교’와 ‘군사’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고 후자만 감안한 것이다.

발표 타이밍도 적절치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 8일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 당시 중국이 “한국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던 배경엔 타이밍이 작용했다.

당시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한 국제중재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외교 당국자는 “사드 배치 선언 이후 중국 학자들이 ‘우리가 대형 이슈에 치여 있을 때 발표해 뒤통수를 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지금도 트럼프 정부 출범(20일)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압박이 공세적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실장의 발언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외교 관계자는 “사드는 한·미가 결정한 대로 그냥 조용히 우리 속도에 맞춰 배치하면 되는 것”이라며 “중국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걸 뻔히 알면서 중국이 한창 가시적으로 반발할 때, 그것도 워싱턴까지 가서 천명하는 식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실장은 플린 내정자가 “사드 배치의 정당성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더 얘기하겠다”며 한·미 동맹은 ‘찰떡(sticky rice cake) 공조’라는 표현도 썼다고 소개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왕 플린 내정자가 중국 설득에 더 나서겠다고 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트럼프 측이 중국과 사드 관련 대화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게 한·중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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