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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성폭력 범죄’ 지우고 싶은 일본, 소녀상 철거에 집착

“일본의 분노는 당연하다. 재작년 말 합의에 따라 일본은 10억 엔(약 103억원)을 출연했다. 반면 한국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철거하지 않고 있다. 부산에도 새롭게 소녀상이 설치됐다.”
지난 8일 아사히신문에 실린 65세 일본인 남성의 글이다. 한국을 비난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 등 보복 조치를 발표한 것을 지지했다.

일본이 이처럼 소녀상 철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10억 엔으로 과거사를 지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일동포 2세인 김부자(59)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는 “일본 사회는 전쟁 가해 역사를 잊고 싶어 하는데 소녀상은 일본인, 특히 일본인 남성들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전쟁의 성폭력 가해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상징”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가해자 쪽에서 소녀상 철거를 말해선 안 된다. 소녀상은 반일의 상징이 아니다. 망각에 대한 저항이자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책임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 보수·우익은 물론이고 일반인 상당수가 아베 정권의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했는데도 한국이 돈만 받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NHK 여론조사에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5%로 전달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응답자의 50%는 소녀상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항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위안부 합의를 100% 찬성한 것은 아니지만 양국 관계를 생각해 해결하는 쪽으로 겨우 판단했다”며 “(일본이) 전면적으로 주장한 결과가 얻어진 것이 아니라 타협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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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 우에다 유스케(植田祐介·42)는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합의를 지키지 않는 한국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실제로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침략 전쟁과 인권 유린의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한·일 위안부 합의만을 내세우는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이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일본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사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은 한국이 소녀상을 이용해 일본을 이야가라세(いやがらせ·일부러 남이 싫어하는 짓궂은 짓)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소녀상 주변에서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하는 영상을 본 지인이 ‘한국에 가면 위험할 것 같다. 맞을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앞으로 긴 한·일 역사에 있어서도 (이러면) 서로 재미없다 ”며 소녀상 설치를 비난했다. 야후 재팬 관련 기사에는 ‘ 일본의 대응이 너무 관대했다’ ‘지금이야말로 단교’ ‘(한국은) 사기집단국 ’ 등의 댓글이 달렸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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