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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난기류 한국 외교, 한·일 관계부터 풀어보자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한국 외교가 난기류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반발하면서 중국이 한·중을 오가는 전세 비행기 운항을 불허하거나, 공군 군용기들을 한국 측 방공식별구역으로 대거 비행시키는 등 직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한국을 압박해 오고 있다. 또 우리 시민단체들이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건립한 것을 이유로 일본 정부도 관방장관 발언을 통해 가까스로 재개됐던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시키고, 주한 일본대사 및 부산 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등 예상외의 강경대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아베 신조 총리는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신들이 10억 엔을 거출했으니, 한국은 소녀상 철거를 통해 재작년 12월에 발표된 양국 간 위안부 합의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같이 한·일 간, 그리고 한·중 간 외교 관계가 급작스럽게 악화되고 있는 이면에는 국내적으로 중요 외교정책 결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 설명 미흡,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탄핵정국과 맞물린 한국의 취약성을 이용해 국익을 챙기려는 일본과 중국의 내셔널리즘 외교가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우리 정부가 결정한 중요 외교정책, 즉 2015년 12월의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간 합의, 2016년 미국과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 그리고 2016년 11월 한·일 간에 합의한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은 그 자체로 보아 우리의 국가이익과 안보태세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의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파행을 보이던 한·일 관계가 회복 기조로 돌아서고, 화해치유재단 설립과 그 기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도 전개되기 시작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사드 배치 결정은 증대되고 있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이러한 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우리 정부가 국내의 이해당사자들, 예컨대 주요 정당이나 지방자치단체, 언론이나 관련 시민단체 등에 대해 충분하게 정책 설명을 제공하지 못해 이해를 얻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러한 미흡한 사후대응 때문에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들도 기존 외교 합의의 재협상 및 파기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은 탄핵정국에 처한 한국에 대해 강압외교를 전개하면서 국가이익을 관철하려는 대국주의적 외교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자체 모순을 갖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의 외교 5원칙 가운데 하나로 내정불간섭을 강조해 온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북한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결정한 사드 배치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자신들의 외교원칙에 반하는 행위가 아닌가 자성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8월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통해 자신들이 도발한 전쟁의 역사로 인해 많은 여성의 존엄과 명예가 깊이 손상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역사를 가슴에 새기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기금 거출과 재단 설립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에 의한 소녀상 건립에 대해 맹반발하면서 대사를 소환하고, 양국 간 관계회복을 위한 통화스와프 협상마저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 전후 70년 역사담화의 정신에 비춰 과연 적절한 것인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로선 불확실성이 예고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정세를 주시하면서 격랑에 처한 한·일 관계나 한·중 관계를 수습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1월 20일에 취임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자와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의 아태지역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신년사에 나타난 바대로,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 안보질서에 불안정 요인을 더할 것이다. 이러한 정세 변화가 초래할 보다 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및 한·중 관계의 파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해 말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여러 사정으로 연기된 바 있다. 3국 간 신뢰구축을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을 보완하는 3국 외교장관급, 혹은 국가안보실장급 회담을 한국이 선제적으로 제의해 볼 만하다. 마침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새로 등장하게 될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략 조율을 위해 방미길에 올랐다. 차제에 일본이나 중국의 카운터파트들과 3자대화 채널을 재개해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 안보부처는 재편되는 주요 정당 지도부에 수시로 국가안보 정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줘 탄핵정국 속에서도 일관성 있는 대외정책이 견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난기류에 처한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을 수습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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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