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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개헌 정국에 ‘트럼프’가 상륙한다면

정용환 중앙SUNDAY 차장

정용환
중앙SUNDAY 차장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워싱턴 정치권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줬던 트럼프 현상이 이제 제2막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캠페인 내내 ‘뉴스 공장’이었다. 비결이 궁금했다. 국내 언론에 활발히 기고를 하는 미국의 지인은 “트럼프가 하는 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많이 퍼진다. 새롭고 재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파격적인 내용과 역동성 때문에 눈·귀를 붙잡는 트럼프식 뉴스는 우리도 겪어 봤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 FTA 재협상’ ‘한·일 핵무장 불가피론’ 등 통념과 상식을 휘젓는 폭이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을 침범하는 트럼프 뉴스의 스케일이다.

인수위 기간에도 역대 당선인들과 달리 태평양 건너 한·중·일을 요동시키는 대형 뉴스를 터트렸다. 당선 인사를 전하는 대만 총통의 전화를 직접 받아 중국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건드렸다. 혹시라도 대만 카드가 미·중 전략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되면 북핵을 매개로 한·중 관계, 중·일 관계도 파장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 이렇게 트럼프 뉴스는 듣도 보도 못한 금단의 영역을 건드린다. 변화에 목말랐던 유권자들은 이런 파격 행보에 반응했고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는 한때 1대9까지 갔던 뉴욕타임스의 당선 가능성 예측을 뒤집고 반전 드라마를 썼다.

트럼프 현상을 꿰뚫는 키워드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과 반감이다. 우리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집중에 대한 반감과 견제심리가 분권형 개헌 여론으로 표출되고 있다. 새해 언론사들의 개헌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동의했다. 개헌에 대해 미지근했던 1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기존 정치 틀을 바꿔 변화를 끌어내 보자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흐름이다. 물론 구체적인 개헌 시점과 관련해서는 지지 정당과 후보에 따라 대선 전후로 갈린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광범위한 정치 그룹들이 대선 전략과 맞물려 개헌에 접근하고 있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맥점이 있다. ‘이런 정치로는 안 되겠다’는 불신임 정서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최근 ‘트럼프+개헌’을 키워드로 한 조사를 해보니 이탈리아가 상위권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말 315석인 상원의원 수를 100석으로 줄이는 개헌에 실패했다. 마테오 렌치 당시 총리는 특권의 상징인 정치판을 갈아엎자며 상원의 입법권을 제한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고배를 마셨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라는 관점에서 트럼프 현상의 연장선이었으나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개헌안의 풍선효과로 권력이 총리 파벌의 중앙정부로 쏠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정치인 좋으라고 하는 개헌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 들어왔을 때 배 띄워야 한다. 대선 유불리를 따지다 정치권 리셋(재설정)의 골든타임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다.

정용환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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