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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새해 중국발 3대 리스크…사드 보복, 성장 둔화, 홍색공급망

이왕휘  아주대 정외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 정외과 교수

중국의 부상을 가장 잘 활용해 온 나라는? 한국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2015년까지 순항이었다. 특히 경제 관계는 ‘중국의 성장→한국의 성장’이란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중국이 연평균 10% 성장할 때 우리는 97년과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5%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절이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새해 들어 한국을 덮치고 있는 중국발 3대 리스크를 조심해야 한다.

한·중 경제 관계의 선순환 구조에 빨간불이 깜박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한국의 경제 성장 둔화’라는 악순환 구조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호 연관된 세 가지 중국 리스크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한·중 경제 관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이 부른 경제 제재
첫 번째 리스크는 지난해 7월 이후 공세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이다. 한국행 유커(遊客·관광객) 축소와 한류 콘텐트 규제,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세무조사 등 중국의 경제 보복은 다양하다. 모두 비공식적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제까지의 경제 제재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드가 실제 우리나라에 배치되고 나면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의 피해는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이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펼치는 경제 제재를 보면 외상 없이 내상을 입히는 무공인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과 흡사한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처럼 유엔을 통하거나 국내법을 제정하기보다는 평소 느슨하게 적용했던 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일종의 ‘준법 투쟁’을 한다. 이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고 또 중국과 경제규모 격차가 크게 나는 국가들에 더욱 치명적이다. 또한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는 동아시아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우리의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사드 배치 결정 훨씬 이전인 2013년부터 시작됐다.
 
중국이 감기 걸리면 우리는 독감
사드 보복보다 훨씬 심각한 중국 리스크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다. 중국은 2015년에 한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7% 성장 목표를 포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해 온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 둔화가 미치는 파장은 사뭇 크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입장에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이 세계 경제의 침체와 그로 인한 수출 부진에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초반부터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 중속 성장의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와 공급 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의 속도보다는 내실을 중시하겠다는 이런 정책들은 중국 경제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수출에서 내수로, 또 국유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재균형(rebalancing)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중국 경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나라들에 큰 타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 하락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단기적으로 0.23% 떨어진다. 저성장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전파될 경우엔 0.29%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충격은 중국과 무역, 생산 및 금융 네트워크로 연결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다. 중국의 중속 성장이 이미 동아시아 국가들의 저속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15~2020년 사이 중국의 성장률이 1% 하락할 경우, 중화경제권에 속해 있는 대만(-0.54%)과 홍콩(-0.51%)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이어 필리핀(-0.47%)·싱가포르(-0.34%)·한국(-0.26%)·일본(-0.24)·미국(-0.17%) 순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한마디로 중국이 감기에 걸리면 우리는 독감에 걸리는 것이다.
 
우리 기업 위협하는 홍색공급망
최근까지 제조업은 국가 간 생산 과정을 분담시켜 역외 가공과 조립 위탁 등 생산 과정을 수직 분할하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 의해 주도됐다. 대표적 사례인 애플의 아이폰을 보면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및 디자인, 마케팅, 서비스 등만 미국의 애플 본사가 맡고 부가가치가 낮은 부품 생산과 조립은 삼성과 대만의 폭스콘에 위탁했다.

중국은 가공무역의 부가가치가 낮다고 판단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가공무역 억제 조치로서 중간재의 수입 대체 전략을 추구해 왔다. 이 정책의 결과로 등장한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중국은 이제 생산과 판매 전 과정을 국내에서 다 할 수 있게 돼 가고 있다.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돼 왔던 우리의 대중 수출이 2013년을 정점으로 하향 추세로 돌아선 것은 홍색공급망의 효과다.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중국의 자급률이 상승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향후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1% 상승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8.4%, GDP는 0.5% 감소할 전망이다.

2015년 5월 발표된 ‘중국제조(中國制造) 2025’ 계획을 보면 중국 제조업은 ‘중국 내 제조(Made in China)’→‘중국과 함께 제조(Made with China)’→‘중국을 위한 제조(Made for China)’로 변화하며 홍색공급망은 더욱 강화된다.

중국 제조업의 발전 목표는 1단계(2015~2025년) 제3그룹(영국·프랑스·한국) 추월, 2단계(2025~2035년) 제2그룹(독일·일본) 추월, 3단계(2035~2045년) 제1그룹(미국) 진입이라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대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중국 제조 2025’와 우리가 추진하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제조업 발전 방향이 거의 유사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현재 우리는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산업에서 수출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추월당한 상태다. 향후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세 가지 중국 리스크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먼저 각 리스크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평가해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중 경제관계의 초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국 경제의 재균형과 홍색공급망이 초래하는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만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된다. 홍색공급망 등장으로 산업 공동화 문제에 직면한 대만은 지난해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취임 이후 중국과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차이잉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통화로 중국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변경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대결적 자세는 중국인 관광객 축소와 같은 중국의 보복 조치를 야기해 경기 회복은 물론 산업 구조조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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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건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환에 대한 대응 방안이다. 중국 경제 변화가 우리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한다면 ‘중국의 성장’→’한국의 성장’이란 선순환 구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대중 수출에서 최종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16.4%에서 2014년엔 31.3%로 급증했다. 앞으로 우리는 중국의 수출(가공무역)이 아니라 내수에 필요한 산업, 즉 중국에서 조립·가공돼 수출되는 중간재보다는 중국 국내에서 소비되는 최종재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살길이다.
 
◆이왕휘
런던정경대(LSE)에서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주제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동아시아와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일대일로: 중국과 아시아』(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국제 경제와 안보’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의 재정정책 전환’ 등 다수가 있다.

이왕휘 아주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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