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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로 잡 사회’에 연착륙하는 법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No Lines, No Checkout(기다릴 일도, 계산할 필요도 없습니다!)’. 온라인 상거래를 주도하던 아마존이 최근 무인 식료품 매장인 ‘아마존 고’를 열었다. 매장에서 물건을 들고 나오면 스마트폰 앱이 자동 인식해 계산까지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분당에 스마트 쇼퍼 시스템을 도입했다. 휴대용 스캐너로 상품 바코드만 읽으면 가상의 구매 목록이 만들어지고 계산을 마치면 물건은 집으로 배달된다.

지난해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농업기술박람회에 영국 기업 CHN인더스트리얼은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혼자 밭 갈고, 씨 뿌리고, 수확하는 농기계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로 주행을 법으로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우버(Uber)는 피츠버그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디다스는 최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스마트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운동화는 모두 로봇이 생산한다. 애플 아이폰 제조사로 유명한 대만계 폭스콘도 스마트 공장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중국 쑤저우(蘇州) 지역 쿤산(昆山) 공장 근로자 6만 명을 기계로 대체할 예정이다.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무인화 혁명으로 인류의 노동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일자리 살인자(job killer)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미국 식료품 매장 계산원 86만여 명이 실직하고, 관련 종사자 약 35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나라도 운수·소매·식품제조·음식점 등 어림잡아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직면해 있는데, 로봇에 의한 제조업 일자리 구축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 옥스퍼드의 오스본(Osborne) 등이 개발한 기술의 고용대체 확률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일자리 가운데 약 47%는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오스본 모델을 차용한 한국고용정보원의 국내 노동시장 분석 결과는 좀 더 급진적인데 그들은 향후 10년 안에 우리나라 일자리의 약 70%(1800만 개)가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혁명 후 기계화에 따른 인간 노동의 식민화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있긴 했으나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이 인간의 노동세계에 기회와 편의를 제공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작금의 스마트 기술은 차원이 다르며 인간 노동에 대한 파괴적 영향은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선다. 요컨대 4차 산업혁명은 인간과 기계의 일자리 경쟁에 다름 아니다. 연착륙할 방법은 있을까?

우선 노동의 조직과 배분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산업사회 노동의 조직화 방식은 관료제를 지배적 양식으로 하며 이는 역할의 분할(분업)과 전문화, 이에 대한 관리적 통합, 그리고 의사결정의 집중을 특징으로 한다. 테일러주의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직무 조직화의 방식은 지금까지도 생산의 지배적 수단인데 4차 산업과 이 시스템은 병립이 어렵다. 관료제하의 직무는 100% 기술대체가 가능하다. 따라서 조직의 역량, 역할과 기능 등을 통합해 인간 노동과 정보기술이 교류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컴퓨터와 언어학을 통합하고 기계공학과 철학을 결합해야 인간 노동의 미래가 가능하다.

다음은 근로시간 단축과 근무 형태의 다양화다. 지난해 9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야후’ 주식회사가 주4일 근무제를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제조업의 세계 리더인 도요타자동차와 일본 3대 은행들은 재택근무를 파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공장’과 ‘시계’로 요약되는데, 4차 혁명의 시대에 노동의 1세대 규율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셋째는 제도적 상상력의 개방이다. 기업생태를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산업 규제는 ‘허가’ 제도 등을 통해 입구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려웠다. 반면 입문 이후의 사후적 관리는 매우 느슨하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규율 시스템이 배태한 특징으로 우버나 에어비앤비(Airbnb) 서비스가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요컨대 무분별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보다는 규제의 초점을 이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여러 나라들이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응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대하되 거래의 시장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안전망 체계를 정비하는 일도 급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의 소수 집중, 빈번한 이동, 다수의 실업 등을 초래해 근로자 삶의 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빈곤화되는 근로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느려져 시스템 지체가 발생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큰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근로계층의 사회적 저항도 고려해야 할 위험요소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고용보험 재편, 기본소득 도입 및 실업부조 확대 등 다양한 수단에 대한 사회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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