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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15분 판별, 3D 의족…세계 누비는 한국 스타트업

말라리아,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매년 60만~70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사망자의 90%가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몰려있다. 치료하려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진단은 현미경으로 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 ‘노을’이 개발한 모바일 장비를 사용하면 단 15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동영 노을 공동대표는 “기존 제품보다 검사 방식이 빠르고 간편하다”고 자랑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바이오메디컬 연구원 출신으로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이때 제 3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교 동창 임찬양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세웠다. 목표는 ‘말라리아 구제’로 잡았다. 그들은 캄보디아 농촌을 다니며 말라리아 진단 키트를 공급한다.
노을 관계자가 캄보디아에서 말라리아 진단 키트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각사 취합]

노을 관계자가 캄보디아에서 말라리아 진단 키트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각사 취합]

노을은 모바일 진단 키트 덕에 지난해 6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과학기술혁신 포럼’에서 ‘주목할 만한 15개의 이노베이터’로 선정됐다. 앞서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5년 ‘창의적 가치창출 프로그램(CTS)’ 1기 팀으로 노을을 선정했다. 총 3억원을 지원하며 시제품 완성을 도왔다.

지난 수년간 청년 창업은 많이 증가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개성 강한 스타트업을 세우는 중이다. 이 중에는 기존 창업자들과 다른 방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한국이 아니라 해외, 그것도 제 3세계가 메인 시장이다. 아이템도 남다르다.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한다. 회사 설립 목적 자체가 제 3세계 소외계층을 돕는 셈이다.
오비츠코리아에서 시력 검사를 받고 교정기를 착용한 방글라데시 아이들. [각사 취합]

오비츠코리아에서 시력 검사를 받고 교정기를 착용한 방글라데시 아이들. [각사 취합]

오비츠코리아는 방글라데시에 초소형 시력검사기를 보급한다. 제대로 된 시력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지 못해 고통받는 인구가 제3세계에만 3억 명이나 있다. 김종윤 오비츠코리아 대표는 “고가 제품으론 소외 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기존 검사기 가격은 1500만원에 달한다. 오비츠코리아의 이성민 매니저는 “시제품까지 나온 상태인데, 우리는 기존 제품 가격의 10분의 1 이하로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자원봉사에 나선 한국 의료진(가운데)이 힐세리온의 초음파 검진기 사용법을 베트남 의료진에게 교육하고 있다. [사진 힐세리온]

베트남 자원봉사에 나선 한국 의료진(가운데)이 힐세리온의 초음파 검진기 사용법을 베트남 의료진에게 교육하고 있다. [사진 힐세리온]

힐세리온은 베트남에 휴대용 초음파 탐지기를 제공 중이다. 대형 병원이 없는 오지에서 활용할 수 있어 임신 여성 진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베트남에서 7000곳에 달하는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베트남 보건소를 중심으로 보급 중이며, 간호사와 지역 보건 인력에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은 닷 대표는 점자 시계를 만들어 아프리카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에만 1160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김 대표는 케냐를 중심으로 저가형 스마트 점자시계를 제공해 생업에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

제윤은 모로코에서 결핵퇴치에 나선 기업이다. 이들이 준비한 제품은 스마트 약상자다. 모로코는 결핵 재발률이 높은 나라다. 결핵은 초기 6개월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만 완치될 수 있다. 복용률이 떨어지면 재발하고 치료가 어려워진다. 제윤이 준비한 스마트 약상자는 결핵 환자들에게 치료약 복용시기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약상자 덕에 복용률이 높아지자 모로코 정부도 적극적으로 제윤 제품을 도입 중이다.

시리아 난민에게 3D 프린터로 의수와 의족을 만들어 주는 만드로란 벤처도 있다. 이들은 요르단 난민캠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전란으로 팔다리를 잃은 난민이 대상이다. 기존의 전자의수 가격은 한 팔당 4000만원에 달한다. 3D프리팅을 활용하면 100만원에 제작할 수 있다. 나무리프는 캄보디아에서 낙엽 재활용 사업을 펼치는 업체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2년 이상 체류하며 낙엽접시 제품을 개발했다. 흙속에서 60일 안에 완전 분해되는 생분해성 일회용 용기다. 지구촌 곳곳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이들의 주요 후원자 중에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인 디캠프가 있다. 디캠프 빌딩 한 층을 아예 이들을 위해 제공하며 창업 상담과 금융지원을 한다. 진승훈 디캠프 매니저는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의 문제를 창업이라는 방법을 통해 돕고자 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늘었다”며 “이들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3세계를 찾아간 희망 도전자들은 미국과 프랑스 혁신 기업에서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학교와 병원을 세워주고 음식과 약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인프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회·정치·종교·경제 문제가 섞여 있어 물질적인 지원만으론 답을 찾기 어려웠다.

2010년 들어 새로운 접근 방법이 등장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 해결을 돕는 사회적 기업가들이었다. 아프리카에는 설사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많다. 프랑스의 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냈다. 투명한 비누 안에 장난감을 넣어 가정에 공급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싶어 손을 열심히 씻었다. 비누를 제공한 마을에서 아이들의 사망률이 거짓말처럼 낮아졌다. 한국의 KOICA도 여기에 주목했다. 김성도 KOICA 기술총괄팀 과장은 “KOICA가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직도 못 풀고 있는 난제들이 많았는데, 청년 사업가들의 혁신 아이디어로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톡톡 튀는 청년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KOICA CTS 프로그램이다. 업체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 진출과 국제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제3세계는 구매력이 약하지만 잠재적인 성장성은 적지 않다. 업계에선 연간 소득 30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을 ‘BOP(Bottom of Pyramid·피라미드의 바닥)’라고 한다. 피라미드처럼 아래로 내려갈수록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다. 1996년 미국의 경제학자 프라할라드가 소개한 이론이다. 세계자원학회(WRI)는 하루 수입이 10달러 미만인 인구 40억 명을 BOP 구성원으로 정의한다. WRI에 의하면 BOP의 시장 전망은 5500조원에 달한다. 이동영 노을 대표에게 ‘지속가능한 기업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물었다. 그는 “노을은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결핵, 빈혈로 영역을 넓히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제3세계에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 1월 9일자(1367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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