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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자들의 리그 국민연금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경력 단절 여성에게 국민연금을 확대한 지 한 달이 돼 간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낸 보험료를 뒤늦게라도 추후납부(추납)하는 길이 열리자 중년 전업주부들이 앞다퉈 ‘벼락치기 노후준비’에 나선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의 ‘부정 의혹’이 불쾌하지만 국민연금이 노후 버팀목이라는 사실까지 부정당하지는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탈퇴가 이어졌을 테지만 이번에는 항의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 같다. 급속한 고령화가 국민연금 기대치를 한껏 높인 방증이다.

연금수령 연령(61세)이 되기 전에 어떡하든 보험료 공백을 메우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50대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53%. 남성(68%)보다 훨씬 적다. 지난달 30일 시행한 경단녀 추납 허용 조치는 연금 수령 최소 가입기간(10년)을 못 채웠거나 연금액을 늘리려는 경단녀에게 좋은 기회다.

그런데 상당수 전업주부에게 새 제도는 그림의 떡이다. 추납하려면 임의 가입하되 월 보험료를 최소한 8만9100원(월 소득 99만원) 이상 내야 한다. 저소득층에겐 버겁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4만7340원으로 문턱을 낮춘다고 입법예고했으나 기획재정부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비정규직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중년 여성의 희망을 꺾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하한선이 높다 보니 저소득층의 임의가입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임의가입자 18만여 명 중 배우자 소득이 50만원 안 되는 사람이 0.8%, 50만~100만원이 13.7%밖에 안 된다. 반면에 400만원 이상은 42%다. 서울 강남권 주부들이 많이 활용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부자들의 리그”라고 비판한다.

저소득층 임의가입이 늘면 연금 재정에 손해가 생기는 것은 맞다.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돼 있는 데다 저소득층은 더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크게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조차 없이 노후를 맞으면 결국 기초수급자가 되고 국가가 공공부조로 해결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문턱을 낮춰 임의가입(추납)을 유도하면 자기 기여(보험료)를 하게 돼 공공부조보다 생산적이다.

지난해 2월 73만원의 국민연금을 타기 시작한 김모(62)씨는 8년치 보험료(887만원)를 추납했다. 덕분에 월 연금이 30만원가량 늘었다. 그는 “요즘은 건강지수가 오르고 지인과 여기저기 다니며 행복을 즐긴다”고 말한다. 저소득층도 김씨처럼 국민연금을 누리고 노후를 설계할 권리가 있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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