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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장의 이슈추적] 우병우, 이 시대의 일그러진 엘리트

우병우 청문회를 보며
경북 봉화군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수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준재벌급 집 딸과의 혼인, 대검 중수부 간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그리고 청와대 입성. 그 주인공인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사받으러 간 검찰청에서 질문한 기자를 쏘아보고, 검사 앞에서 팔짱 끼고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보였다.

무소불위급 권세를 누려 온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가 22일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검찰의 효능을 믿고 활용하는 권력의 속성이 빚은 이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이 돼 TV 화면 위로 쏟아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검찰·정보기관·군·경찰·국세청 등의 권력기관 사이에 견제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하나씩 과거의 힘을 잃었고 결국 권력 옆에는 검찰이 유일한 칼로 남았다. 검찰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기형적 권력구조는 박근혜 정권에서 심화됐다. 박 대통령은 전직 검찰총장(김기춘)을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앉혔고, 검찰 출신들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TK) 출신들을 검찰 핵심부에 포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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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불리한 여론 차단과 사정(司正)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일 잘하기로 2등 가라면 서러운 우 전 수석은 그 임무에 충실했다. 여기에 안하무인 성향으로 비치는 그의 캐릭터가 불통 이미지를 키웠다. 위만 보고 달려온 그의 손에 쥐어진 칼은 더욱 위험해 보였다. 그러다 결국 시민 저항에 몰락한 정권과 함께 추락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그가 이날 청문회에서 인정한 잘못은 최순실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것 하나였다. “미리 알고 조치를 하고 예방을 하고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최대한의 사죄 표현이었다. 보름 전 같은 자리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판박이였다. “경계의 담장을 낮춘 잘못”을 말한 박 대통령 담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약간의 과실은 있었지만 중한 죄는 짓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렇게 세 사람을 거치며 반복됐다.

그의 대한민국에는 자신의 출세를 가능케 해 줬던 공동체도, 국민도 없었다. 시민들이 토끼몰이하듯 해 만든 청문회에서도 해명과 자기주장에만 급급했다.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권력을 남용해 자신들만의 구중궁궐 속 ‘내부자’ 세계를 만든 박근혜 정권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진정성을 믿었기에 존경합니다.” 자신에 대한 변호에도 적극적이었다. “법률과 원칙에 따라 일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법률에 위배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청문회를 회피하려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출세를 보장한 법률지식을 방어막으로 사용했다.
 
그의 말 속에서 ‘공직자의 주인은 납세자’ 또는 ‘국가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상식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검찰 인사를 좌우하며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만들지도 않았다고 강변했다.

자신은 물론 장모(김장자)도 최순실을 아예 모르고, 세월호 참사 수사 때 광주지검의 해경 서버 압수수색을 막지 않았다고 했다. 광주지검 수사팀 간부와의 통화는 인정했지만 “상황 파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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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상대한 국회의원들은 무력했다. “법률 미꾸라지”(박영선 의원) 등의 인신 공격성 발언에 우 전 수석은 일일이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간간이 의원 질의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질문하십시오” 등으로 역공을 가했다. 준비가 덜 돼 질문이 오락가락하거나 장광설이 등장했을 때였다. “특수계급” “왜곡된 충성” 등으로 의원들은 그의 존재와 행동을 비난했을 뿐 죄의 증거는 들이대지 못했다.

“민정수석이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결과가 대통령 탄핵입니다”(하태경 의원), “법률·행정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도덕적으로, 역사적으로 엄청난 책임이 있습니다”(백승주 의원) 등의 비판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시민 가슴에 피멍이 하나 늘었다.

글=이상언 사회2부장 lee.sangeon@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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