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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실수투성이 그레그의 긍정 파워, 한국 어린이도 갖고 있죠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책 『윔피 키드』를 아시나요. 바나나처럼 생긴 몸을 가진 주인공 ‘그레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는 일기인 이 책은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신비한 매력이 있습니다. 글로 써 내려간 이야기 사이사이 비중을 차지한 만화에는 주인공의 심정이 녹아 있어 독자들에게 공감을 안겨주고 재미를 더하죠. 그래서 더 인기인지도 모르겠네요. 마침 『윔피 키드』의 작가 제프 키니(45)가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제프 키니를 보기 위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아이돌 스타 뺨치는 그를 소중 학생기자들이 어렵게 만났습니다.
서울 혜화초 일일 명예교사가 된 제프 키니. 이날 수업의 주제는 `만화 쉽게 그리는 법`이었다.

서울 혜화초 일일 명예교사가 된 제프 키니. 이날 수업의 주제는 '만화 쉽게 그리는 법'이었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3일, 서울 혜화초등학교에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환한 인상의 외국인이 나타나자 수많은 아이들이 달려가 사인을 요청했죠.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일일 명예교사가 된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 제프 키니였습니다. 이날 제프는 혜화초 3학년 3반 어린이 24명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제프가 칠판에 ‘그레그’를 그리자 한 어린이가 “헐! 진짜 똑같아!”라고 외쳤습니다. 그레그를 쉽게 그리는 방법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준 제프는 수업 내내 미소를 보이며 즐거워했습니다.

다음 일정을 위해 창덕궁으로 이동하자 수십 명의 인파가 제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는 팬들이었죠. 그들 주변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캐릭터 인형이 놓여 있었어요. 바로 『윔피 키드』의 주인공인 그레그였습니다. 제프는 그레그 인형과 함께 팬들에게 인사를 나눈 후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을 둘러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죠. 소중 학생기자들도 그를 따라 바삐 걸음을 옮겼어요. 한국의 멋과 정취가 가득한 궁궐을 걸으며 제프 키니와의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꼽아줄 수 있나요.

“저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돌며 어린이들과 만나 직접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 봤지만 한국은 너무 좋고 즐거운 여행지라 생각해요. 원래 제가 알고 있었던 한국은 공부 잘하는 어린이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나라였죠. 하지만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라고도 들었어요. 한국의 어린이들은 어떨지 무척 궁금해서 방한(한국을 방문함)을 결정했어요. 그런데 한국 어린이들이 준 긍정의 에너지에 감동 받았어요. 다른 나라 어린이들과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매우 상냥하고, 열정이 넘치고, 밝았다는 점이죠. 그래서 특별한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윔피 키드』를 어릴 때부터 즐겨 봤는데 단순한 그림에 비해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요.

“『윔피 키드』는 원래 어른들을 위한 책이었어요. 어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놀랐죠? 다 이유가 있어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제가 그린 만화는 그림체가 무척 단순해요. 지금의 그림체를 완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답니다. 아이가 그린 것처럼 그림을 그리려고 많이 노력했죠. 그런데 너무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단순하게 그린 거라고 하면 거절하지 못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림체 특유의 장점을 살리자는 마음으로 『윔피 키드』를 구상했어요. 그러다가 출판사의 권유로 내용은 그대로 두고 어린이용으로 바꿔 출간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제프 키니는 수업을 마치고  한국 어린이들이 너무 유쾌하고 긍정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제프 키니는 수업을 마치고 "한국 어린이들이 너무 유쾌하고 긍정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레그·프래글리·롤리 등 『윔피 키드』의 등장인물 중 혹시 제프 아저씨랑 조금이라도 비슷한 캐릭터가 있나요.

“그레그입니다. 제 어린 시절과 많이 닮아 있는 녀석이죠. 제 안의 모자란 부분을 캐릭터를 통해 묘사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실제 제가 어릴 적 겪었던 모든 일과 꿈꿔왔던 상상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작품 속 그레그는 일기를 쓰고 다니는 소년인데, 가끔 그것 때문에 계집애라고 놀림 받거나 주변 사람이 잘못한 일에 대한 누명을 뒤집어 쓰는 경우가 많아요. 책 제목의 ‘윔피(Whimpy, 겁 많은)’처럼 장점도 많지만 부족한 점도 많아 툭하면 실수를 저지르는 소년이고요. 그레그가 일상 속에서 벌이는 수많은 실수를 모아 소개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레그는 항상 가까운 미래에 자신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요.

“그레그를 창조한 제가 바로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웃음).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잘 하지 않는 편이죠. 저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그레그에게 열정과 긍정이 가득한 이유입니다. 그레그의 장래희망은 부자이자 유명인사인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도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을 뿐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학교에서 최고의 인기 학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죠.”

―『윔피 키드』는 영화가 나왔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영화 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개인적으로 영화는 무척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나온 장면이 좀 빠졌다는 게 아쉽긴 해요. 그래도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당연히 영화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는데,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캐릭터 특징을 잡는데 조언을 하는 식으로 영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많이 활동했어요. 굉장히 유익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수도 있겠는데요. 앞으로 『윔피 키드』는 몇 권이나 더 나올까요.

“일단 너무 감사 드려요. 한국 독자들이 제 책을 이렇게까지 기대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 바로 말씀 드릴게요. 현재까지 『윔피 키드』 시리즈는 11권이 출간됐어요. 일단 앞으로 9권 정도가 더 나올 예정입니다. 총 20권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물론 미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확답할 순 없겠지만요.”

―작가를 꿈꾸는 소중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먼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읽지 않고서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거든요. 다른 작가들이 쓴 책의 글이나 그림을 따라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은 훈련 방법입니다. 처음엔 다른 작가와 비슷할 수 있겠지만, 꾸준히 따라 쓰다 보면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한국 어린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치여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의 균형을 맞췄으면 좋겠어요.”
 
소중 학생기자의 취재 후기
박정빈(맨 왼쪽)·전성민 학생기자는 제프 키니와 창덕궁을 거닐며 `윔피 키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박정빈(맨 왼쪽)·전성민 학생기자는 제프 키니와 창덕궁을 거닐며 '윔피 키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박정빈(서울 우촌초 5)
“난 제프 키니의 광팬이야. 어릴 때부터 책을 보며 나만의 일기장을 만들고 새 책이 나오면 부모님을 졸라 꼭 사곤 했지. 취재 전날에는 너무 설레서 한숨도 못 잘 정도였어.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쓰고 있는 소설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 창덕궁을 걸으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지 뭐야.”

전성민(서울 당산초 4)
“웹툰작가를 꿈꾸는 내게 제프 키니는 우상과도 같은 사람이야. 혜화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수업을 통해 제프 키니의 스케치 스타일을 배울 수 있어 좋은 자극이 됐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말도 기억에 남아. 나도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선사하는 멋진 작가가 되고 싶어.”
제프 키니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나 2004년 어린이 교육용 사이트인 ‘펀브레인닷컴’에 웹툰 형식으로 『윔피 키드』를 연재해 2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책이 출간된 후 전 세계 48개국에서 1억800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5년 연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2009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취재=박정빈(서울 우촌초 5)·전성민(서울 당산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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