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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아이의 심장은 계속 뛴다

이지영 문화부 차장

이지영
문화부 차장

큰아이를 임신한 뒤 처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했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채 1㎝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서 심장 박동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그리고 병원 밖을 나섰을 때, 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 모두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운 감격으로 다가왔다. 잘났건 못났건 다 소중한 생명이란 걸 온몸으로 깨달은 셈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그런 울컥한 순간이 몇 번 더 있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복을 사러 갔을 때도 그랬다. 대형 마트 교복 매장이었는데 너무 복잡했다. 아이 하나에 따라온 어른이 두셋은 돼 보였다.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에게 교복 재킷을 입히니 갑자기 훌쩍 자란 것 같았다. 많이 컸구나,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둘러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곳에 온 보호자들의 표정이 다 비슷했다. 교복 매무새를 고쳐주며 쳐다보고 쳐다보는 그 눈빛이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남의 눈엔 도무지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아이도 저마다 제집에선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자식이었던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렇게 아이는 존재만으로도 부모의 가슴을 벅차게 하며 태어난다. 그런데 합격과 불합격이 잔인하게 나뉘는 경쟁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면서 부모 자식 사이는 이상하게 뒤틀린다. 초심을 잊어버리는 쪽은 부모다.

고3인 첫째는 얼마 전 수능을 치렀다. 끝이 보이지 않던 수험 생활도 이제 마무리 단계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피아노를 친다. 올 한 해 아이가 피아노를 칠 때마다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빨리 방에 들어가 책 한 자 더 보고 문제 하나 더 풀었으면 했다. 그래서 “언제까지 칠 거니”라고 물으며 잠깐의 여유를 방해하곤 했다. 아이는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 주로 시험 기간에 그랬다. 시험이 끝난 뒤 증세가 사라지는 걸로 봐서 스트레스성이 분명했다. 나는 아이가 복통 때문에 수능처럼 큰 시험을 포기하면 어쩌나 겁이 났던 것 같다. “아플 때도 문제 풀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아이를 수능 시험장에 들여보내고서야 다시 초음파 검사를 했던 날이 떠올랐다. 교문 밖에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함께 서 있었던 다른 부모들의 마음속에도 시험 잘 보기를 바라는 간절함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새 대입을 치를 만큼 자란 아이의 성장에 대한 감사, 아이가 극한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채근하고 몰아갔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분명 공존했을 것이다. 이제 곧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곧이어 대학별 합격자 발표도 줄줄이 이어진다. 환호와 실망이 오가는 순간일 터다. 하지만 어떤 결과도 아이의 심장 소리만큼 감격스러울 순 없다.


이 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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