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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윤석열 특검 1호 검사’의 명암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박영수 특검은 “나는 후배 복이 많다”고 말한다. 그중 한 명이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다. 10여 년 전 박영수가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을 때다. 지방에 근무하던 윤석열의 결정적 제보로 시작된 현대자동차 수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박영수의 검사 생활 중 최전성기였다. 당시 파견 근무를 나갔던 윤석열도 ‘파견’자를 떼고 대검에 안착했다. 중수부가 폐지됐을 때, 채동욱이 검찰총장직에서 밀려났을 때, 통음으로 울분을 토했던 두 사람이다.

박영수가 특검 1호 검사로 윤석열을 택한 건 그들의 운명이다. 7년 전 검찰을 떠나 수사의 ‘감(感)’이 떨어진 그에게 윤석열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현직 검사다. 박영수가 동참을 주저하는 윤석열에게 “힘들다고 피하면 그게 검사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올라오라”고 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의 신뢰를 보여준다.

박영수의 첫 선택은 성공적이다. 야당과 많은 시민은 ‘돌아온 칼잡이’ ‘강골 검사의 화려한 귀환’이란 긍정적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이 국정원 댓글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사로서의 결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상대로 복수의 칼날을 가차 없이 휘둘러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검 하마평에 올랐던 채동욱을 대신해 “이 정부의 음험한 정치 공작을 깨부숴 달라”는 성원의 함성도 느껴진다. 박영수는 “윤석열이 이번 사건을 통해 명예 회복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소위 이 정부의 기득권 세력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와 최순실 부역 세력은 물론이고 여당의 친박 의원 등은 특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검찰, 기업체 등에선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검사들을 특검에 투입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입장에선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개인적 원한을 푸는 신원(伸寃)의 자리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윤석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이미 반박(反朴) 대열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 돼 버렸다. 특검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결과가 된 셈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면서 내세웠던 객관성과 공정성을 빌미로 또다시 방어에 나설까 봐 우려되는 부분이다.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4명의 특검보와 20명의 검사, 40명의 수사관으로 이뤄지는 특검의 수직적 체계를 고려할 때 특검보부터 임명하는 것이 옳았다. 윤석열이 사실상 ‘스타 특검’으로 뜨면서 다른 검사와 수사관들은 들러리로 변해버린 것이다. 특검보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번 특검에 동참하고 싶어 했던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금 특검에 필요한 것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수사 기술자”라는 얘기다. “특검 구성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마지막 카드로 윤석열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박영수는 “윤석열은 정치 검사가 아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지금 검찰 내부는 살아남으려는 자와 밀어내려는 자의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특검은 이들이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도구가 됐다. 첩자를 이용해 적을 흔드는 반간계(反間計)가 기승을 부린다는 의미다. 평검사와 검찰총장의 관계였던 박영수와 김기춘을 둘러싼 얘기가 나온다. 윤석열이 대검 범죄정보담당관과 중수과장으로 있을 때 2년간 직속 상관으로 있으면서 호흡을 맞췄던 우병우와의 인연도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검이 광장의 민심에 휩쓸려 가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언제 또다시 기득권의 간계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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