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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바나나 우유’ 보디로션…어머, 먹을 뻔했네


지난달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허리가 불룩한 원조 ‘바나나맛 우유’ 사진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알고 보니 용기 모양만 바나나맛 우유이고 속에는 진짜 우유 대신 보디로션·보디워시·핸드크림·립밤 등이 담긴 화장품들이다.
 
빙그레와 올리브영이 함께 만든 ‘바나나맛 우유’와 ‘딸기맛 우유’ 화장품.

빙그레와 올리브영이 함께 만든 ‘바나나맛 우유’와 ‘딸기맛 우유’ 화장품.

빙그레와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이 함께 만든 것으로, SNS에서 인기를 얻으며 출시 10일 만에 처음 준비한 물량 2만 개가 모두 팔렸다. 예상 밖의 인기에 올리브영은 급하게 20만 개를 추가 생산하고 판매처도 60개 주요 매장에서 전국 160개 매장으로 늘렸다. 지금 판매 추세라면 추가 물량도 곧 다 팔릴 전망이다.
바나나맛 우유처럼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국민 간식’을 콘셉트로 내놓은 상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초코파이를 본떠 화장품으로 만든 ‘초코파이 핸드크림’도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만큼 인기다.
 
실제 초코파이와 구분이 안 될 만큼 포장이 똑같은 화장품 ‘초코파이 핸드크림’.

실제 초코파이와 구분이 안 될 만큼 포장이 똑같은 화장품 ‘초코파이 핸드크림’.

지난해 8월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 더샘이 출시한 후 조금씩 알려지다 지난 9월 리빙 편집숍 버터가 똑같은 콘셉트로 만든 자체 생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더 올라갔다. 버터 역시 첫 출시 당시에는 홍대점과 코엑스점 두 곳에서만 판매하다가 반응이 좋자 최근 전 점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음식을 화장품과 접목한 캐릭터 화장품을 일컫는 푸드메틱(푸드와 코스메틱의 합성어)은 올리브영과 버터 등에서 주로 팔리는 소위 ‘저렴이’ 화장품 브랜드에서만 내놓는 게 아니다. 럭셔리 화장품 편집매장을 표방하는 벨포트도 츄파춥스 막대 사탕을 그대로 본뜬 립글로스 ‘츄파춥스 캔디 글로스’를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뿐 아니라 심지어 같은 식음업종에서도 국민 간식 콘셉트를 그대로 차용해 만든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5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롯데제과와 함께 내놓은 ‘요구르트 젤리’는 그 유명한 야쿠르트 병 모양을 살려 만들었다. 출시 50일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 개를 넘었고, 지금도 하루 평균 5만여 개가 팔리고 있다.
‘요구르트 젤리’는 지난 5월 출시 후 지금까지 80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요구르트 젤리’는 지난 5월 출시 후 지금까지 800만 개 이상이 팔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9월엔 롯데제과와 편의점 CU가 초록색 사이다 브랜드 디자인을 활용해 만든 ‘사이다향 젤리’를 내놓자마자 출시 열흘 만에 전체 과자류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송석 CU 스낵식품팀 대리는 “젤리는 지금껏 과자류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상품”이라며 “사이다향 젤리가 전체 과자군 중 지금까지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GS25에선 옥수수맛 과자 꼬깔콘 모양을 닮은 ‘꼬깔콘 고소한 맛 젤리’와 수박 아이스크림 모양을 본뜬 ‘잘 익은 수박바 젤리’를 판매 중이다.
 
과자 꼬깔콘 모양으로 만든 젤리 ‘꼬깔콘 고소한 맛 젤리’.

과자 꼬깔콘 모양으로 만든 젤리 ‘꼬깔콘 고소한 맛 젤리’.

 
국민 간식, 스몰 럭셔리 공식 깼다
국민 간식이 화장품 시장에 등장한 적은 이제껏 없었다. 물론 꿀이나 바나나·오이처럼 피부에 좋은 성분을 가진 식재료나 마카롱 같은 디저트 모양을 본떠 만든 화장품은 마케팅에 활용돼 왔다. 하지만 바나나맛 우유나 초코파이처럼 특정 상품 겉포장을 그대로 화장품에 갖다 쓰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화장품 업계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그리고 지금 와서야 업계와 소비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 키워드는 럭셔리와 재미에서 찾을 수 있다.

화장품은 적은 돈으로 사치품 소유의 만족감을 주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화장품 업계에서는 실제 판매하는 화장품의 가격이 비싸든 싸든 할 수만 있다면 가급적 세련되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내세워 왔다. 그런 화장품업계가 스스로 ‘럭셔리’ 이미지를 내려놓으며 ‘값싼’ 간식 이미지를 차용한 건 ‘폼’보다 ‘재미’를 더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미가 화장품 업계를 지배해 온 스몰 럭셔리의 원칙마저 깼다는 얘기다.

함유 성분의 효능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포장 대신 친숙하고 눈에 익은 기존 간식 포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향도 고급스러운 천연 향보다는 바나나향이나 마시멜로의 바닐라향, 사탕에서 나는 딸기향 같은 대중적 간식 느낌을 살려 촌스럽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용기가 더 똑같을수록, 향이 더 비슷할수록 사람들이 더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국민 간식 콘셉트의 화장품 사진에는 바를 때 촉감이나 사용 후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느 화장품 포스팅 내용과는 달리 ‘이건 안 사고 넘어갈 수가 없잖아’ ‘보자마자 충동구매’ ‘선물로 받았는데 너무 똑같이 생겨 먹을 뻔했다’처럼 재미를 강조한 글이 가득하다. 사진도 화장품을 예쁘게 세팅해 찍지 않고 진짜 식품과 나란히 놓아 얼마나 똑같은지 재미있게 비교하는 게 대부분이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익숙한 국민 간식을 전혀 다른 상품군인 화장품에 크로스오버한 데 대해 사람들이 재미를 느낀다”며 “그런 상품을 소비하는 자체가 즐거운 놀이인 셈”이라고 말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도 “요즘은 즐거운 걸 찾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며 “저렴한 가격과 재미 요소가 결합한 이런 상품은 가성비와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의 소비 성향과 딱 들어맞는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향수와 긍정적 이미지가 매력으로 작용
원래 재미를 내세운 소비를 하는 1020뿐 아니라 이 간식을 먹고 자란 3040까지 소비에 가세하며 인기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향수’ 마케팅이다. 직장인 이연희(32·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최근 초코파이 핸드크림을 서너 개 구매해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했다. 이씨는 “받은 동료들이 처음엔 진짜 초코파이인 줄 알았다가 화장품이란 걸 알고는 즐거워했다”며 “어릴 때부터 먹어왔고 누구나 아는 과자라 다들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젤리라는 다른 형태로 나온 사이다와 요구르트는 각각 1950년대와 70년대에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바나나맛 우유와 초코파이는 같은 해인 74년에 나왔다.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넘다 보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와 얽힌 어릴 적 추억 하나쯤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향수와 익숙함이 관련 상품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마케팅 트렌드 21』 저자 신병철씨는 “시장이 성숙할수록 노스탤지어(향수)가 담긴 제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요즘 사람들은 새롭고 트렌디한 것도 따지지만 여러 세대가 공감하고 있는 추억의 물건에도 호감을 가진다는 얘기다. 최근 오래된 노포식당이 인기를 끄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양윤 교수는 익숙함뿐 아니라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관련 상품의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봤다. 그는 “바나나맛 우유나 초코파이 같은 간식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긍정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며 “그 감정이 관련 상품에 저절로 전이된다”고 말했다. 평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간식과 같은 모양의 상품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르게 되고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침체된 경기를 반영한 저렴한 즐길거리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복고이면서 전에 보지 못한 새롭고 재밌는 상품이라는 게 물론 매력적”이라면서도 “이 두 가지 모두 경제성장 둔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복고에서 마음의 편안함을 얻으려 하는 심리가 있는 데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저렴한 제품 중 더 새롭고 재미있는 제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푸드메틱 시작은 과일…‘복숭아 핸드크림’ 1000만 개 팔려
매달 쏟아져 나오는 화장품 홍수 속에서 선택받으려면 눈에 띄는 독특한 패키지는 필수다. 화장품 패키지의 두 번째 조건은 주 소비자층인 여성의 선호도에 맞춘 앙증맞고 귀여운 디자인이다. 특히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립 제품과 핸드 제품은 사용할 때마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위트’ 요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화장품 업계에서 음식을 소재로 한 패키지가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일상에서 친숙한 음식 패키지는 디자인을 통해 해당 화장품의 함유 성분이나 질감, 효과까지 짐작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잇츠스킨이 만든 ‘마카롱 립밤’(왼쪽)과 ‘토니모리 피치 핸드크림’.

잇츠스킨이 만든 ‘마카롱 립밤’(왼쪽)과 ‘토니모리 피치 핸드크림’.

처음 화장품 패키지에 등장한 음식은 ‘과일’이다. 2009년 복숭아 모양의 ‘토니모리 피치 핸드크림’이 출시되면서부터다. 잘 익은 복숭아 한 개를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모습이 특이해 출시하자마자 바로 입소문이 났다. 특히 복숭아를 복이 들어오는 과일로 생각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지금까지 100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이후 로드숍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사과·바나나·토마토 등 싱그러운 과일 모양을 그대로 본뜬 화장품이 속속 등장했다.

다음 바통은 ‘디저트’가 이어 받았다. 2011년 잇츠스킨이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과 똑같은 패키지를 사용해 ‘마카롱 립밤’을 낸 것을 시작으로 달콤한 디저트를 화장품 패키지로 만드는 브랜드가 많아졌다. 부르조아는 판 초콜릿 모양으로 만든 하이라이터·브론즈 섀도를, 에뛰드하우스는 컵케이크 모양의 크림 섀도를 내놓는 등 유럽의 고급 디저트들이 화장품 패키지의 주인공이 됐다.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예쁘고 고급스러운 ‘한입 먹거리’ 디저트에 관심이 높아졌다.

윤경희 기자, 오준엽 인턴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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