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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삼례 나라수퍼 살인사건, 연극무대 오른다

“이제 그만 때려요.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내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기만 혀. 그래야 살어. 알았어?”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경원동 창작소극장. 가죽 점퍼를 입은 형사가 취조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청년을 몽둥이로 마구 때린다. 겁에 질린 청년은 형사가 내민 자술서에 ‘수퍼에서 할머니를 죽였다’고 받아 적는다.
지난달 30일 창작극회 단원들이 ‘귀신보다 무서운’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삼례 나라수퍼 사건 당시 경찰의 현장검증을 재연하는 모습. [사진 창작극회]

지난달 30일 창작극회 단원들이 ‘귀신보다 무서운’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삼례 나라수퍼 사건 당시 경찰의 현장검증을 재연하는 모습. [사진 창작극회]

전북 지역 연극단체인 창작극회가 공연하는 연극 ‘귀신보다 무서운’의 리허설 현장은 배우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 연극은 경찰과 검찰의 강압과 부실 수사로 지적장애인 3명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8월 우석대 곽병창(문예창작학과) 교수가 80분짜리 극중극(劇中劇) 형태로 극본을 완성해 2일부터 18일까지 공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단원들은 조민철 연출가의 지도 아래 지난 9월부터 매일 연습을 해왔다.

연극은 천주교 교화위원 박영희씨가 나라수퍼 할머니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시작된다. 변호사가 사건을 파헤칠수록 수사 과정의 허점과 검·경의 권력 남용이 드러나지만 진범의 자백에도 판결은 바뀌지 않는다.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삼례 3인조’는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기 전까지 17년간 살인범으로 살아가는 게 연극의 줄거리다.

실제로 지난 10월 28일 전주지법은 강도치사 혐의로 기소된 최대열(37)씨 등 지적장애인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 등은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수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경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7월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곽 교수는 “최근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이슈이고 아직까지 이 사건의 피해자들과 이들을 살인범으로 몬 형사들이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관객과 함께 성찰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극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또 “제목을 ‘귀신보다 무서운’으로 정한 것은 ‘꿈에서 피해 할머니의 모습을 본 뒤 무덤에 가서 용서를 빌었다’고 말한 진범의 기본적인 양심과 반성을 하지 않는 공권력의 모습을 대조해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화를 토대로 했지만 사건 줄거리는 다소 변화를 줬다. 삼례 3인조가 겪었던 이야기는 두 명의 배우가 맡아 풀어간다. 재심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남자지만 극중에선 여자로 바뀌었다. 창작극회 박규현 대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는 블랙 코미디”라며 “비극적 상황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무대를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오는 18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에 상연된다. 월요일은 공연을 쉰다. 관람료는 1만5000원이고, 만 15세 이상 관람가다. 문의: 창작소극장 063-282-1810.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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