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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는 마음그림, 단원은 눈그림”

지난 달 30일 명지대에서 열린 이태호 교수 정년퇴임식에 미술사 연구로 엮인 다섯 사람이 모였다. 왼쪽부터 윤용이 석좌교수, 이우복 전 대우 회장, 이태호 교수,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 유홍준 석좌교수.

지난 달 30일 명지대에서 열린 이태호 교수 정년퇴임식에 미술사 연구로 엮인 다섯 사람이 모였다. 왼쪽부터 윤용이 석좌교수, 이우복 전 대우 회장, 이태호 교수,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 유홍준 석좌교수.

명지대 미술사학과 삼총사의 막내 이태호(64) 교수 정년퇴임 기념식이 열린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거북골로 명지대 방목학술관 국제회의실은 광화문 광장 못지않은 열기로 뜨거웠다. “해질녘에 다다라 조용하고 쓸쓸하게 퇴장하려 했으나 정년을 앞두고 이런 사회 현상을 지켜보게 돼 색다른 의미가 있다”는 이 교수 인사에 300여 명 청중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무대 중앙 화면에는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과 1980년 광주항쟁을 묘사한 목판화가 나란히 떴는데,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와 전남대 교수를 지낸 그의 이력을 돌이키게 하는 조합이었다.

이 교수보다 앞서 정년을 맞은 윤용이(69), 유홍준(67) 석좌교수는 수십 년 미술사 연구와 현장 비평으로 한 길을 걸어온 도반의 새 출발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석좌교수 삼두체제로 다시 함께 후학들을 지도하게 된 기쁨을 드러낸 유 교수는 “훨씬 자유로운 삶이 열리니 떨 것 없다”고 조언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세 학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해온 이우복(80) 전 대우 회장, 70대 중반 나이에 이태호 교수 지도로 논문을 쓰고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성낙(78) 가천대 명예총장이 객석에서 이들을 지켜봤다.

이날 ‘한국미술사의 절정(絶頂)’이란 제목으로 특별 강연한 이 교수는 18~20세기에 걸쳐 조선미(朝鮮美)와 조선적인 것을 드러낸 화가 5명과 유물 1점을 꼽았다. 그는 백자 달항아리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가 조선미의 최고봉이었다면 미석 박수근, 대향 이중섭, 수화 김환기는 20세기에 그 미감을 이어받아 현대미로 꽃피운 조선적인 것의 후예라고 설명했다. “겸재가 마음그림이라면 단원은 눈그림”이라고 푼 이 교수는 이들의 작품세계 핵심이 오롯한 대표작만으로 내년 2월 초 서울 인사로 노화랑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간행된 명지대 문화유산연구소 학회지 ‘미술사와 문화유산’ 특별 호에는 이 교수가 쓴 논문과 저술 목록이 붙어있는데 583편에 달한다. “징그럽게 많이 썼다”고 회고하는 그에게 동료와 제자들은 “앞으로 더 대중에 가까이 가는 글을 많이 써 달라”고 부탁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를 알뜰살뜰 챙겨서 ‘미사과의 어머니’란 별명이 붙은 그를 위해 답사로 인연을 쌓은 화가 31명이 그림을 보내왔다. 이를 모아 정년퇴임 축화집(祝畵集)까지 나왔으니 이 교수의 마음 곱고 발 넓은 교유를 짐작하게 한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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